[경기시론] '선언문'의 정치학

2021.07.05 06:00:00 13면

 

 

 

이번 주는 대선과 관련한 슈퍼위크임은 분명하다. 월요일에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직(職)에서 사퇴하겠다고 선언하더니, 화요일에는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목요일에는 이재명 경기 지사가 출마 선언을 했다.

 

이런 행사들이 단기간에 줄을 잇고 있어서, 비교적 손쉽게 대선 주자들 간의 특성과 전략을 비교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문과 이재명 지사의 출마 선언문을 비교하자면 이렇다.

 

먼저 이재명 지사의 출마 선언문에는 경제가 강조됐다. 이 지사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국가 재정력을 확충해 보편복지국가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하면서, 규제 합리화와 미래형 첨단 육성시스템으로 기초·첨단 과학기술 육성을 주장했다. 그런데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단 1번만 언급됐을 뿐이다.

 

외교 부분에서도 이 지사는 “국익 중심 균형 외교를 통해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의 새 길을 열겠다”고 말했는데, 이런 발언들을 보면, 2017년 이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대선 때 등장했던 사드 배치 철회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와 같은 주장을 이번 출마 선언문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기본소득, 사드 철회 그리고 전작권 환수 등의 문제들에 대해 거론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는 이 지사가 이제는 지지층의 외연 확대를 위한 전략을 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즉, 기본소득 문제를 제기함으로서 논쟁을 일으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전략에서 벗어나, 이제는 중도층과 중도 보수를 아우르는 지지층 외연 확장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이제 본격적인 대선 시즌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시기적 특성을 들 수 있지만, 현재 지지율이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지층의 외연확대가 절실하다는 상황적 특징도 들 수 있다.

 

여기에 이 지사의 딜레마가 있다. 지지층의 외연확대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현 정권을 비판하며 정권을 딛고 일어서는 것인데, 이런 비판을 할 경우에는 당내 경선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방식을 취할 수는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사는 지지층 외연 확장을 위해서 정책적 측면의 유연성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반대로 윤석열 전 총장의 출마 선언문은 다소 거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직설적이었다. “권력의 사유화”, “이권 카르텔”, ”약탈“, ”무도한“ 등등의 표현이 그것인데, 이런 표현은 기존 정치인들의 발언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단어들이다.

 

그럼에도 윤 전 총장이 이런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아마도 야권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보다 선명히 부각시키기 위함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이재명 지사는 지지층의 외연 확대를 위한 전략이 대선 출마 선언문에 담겨있고, 윤 전 총장의 대선 선언문에는 야권 후보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포석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의도를 통해 대선주자들 스스로가 판단하는 자신들의 현재 처지를 대략 추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언문의 정치학은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신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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