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보약] 침구동인과 경락

2021.07.09 06:00:00 13면

 

 

‘침구동인’ 이라는 것이 있다. 그 청동으로(또는 청동처럼 색을 입혀) 만든 인체 모형은 혹자는 한의원에 진료를 받을 때 한 번씩 보았을 수도 있고 TV 드라마에서 한의원의 배경으로 봤을 법도 한 풍경이지만 실제는 침구경락학의 요약지도라고 할 수 있다. 예전의(긴 시간 전의) 침구학의 연구자들이 인체의 경락과 경혈을 청동으로 만든 인체모형에 새겨 표시해 놓았던 것인데 세월이 흘러 현대에는 보급형 플라스틱 인체모형에 WHO에서 정한 국제표준경혈명의 영문이 새겨져 있기도 하고 최근은 경혈경락 어플 속의 3D 모형으로 컴퓨터나 모바일 속의 이미지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내용은 긴 세월 동안 변함이 거의 없다.

 

나의 진료실 한켠에도 꽤 큰 ‘침구동인’이 그렇게 시간을 건너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는 그 동인을 한의원에 ‘침 한번 맞으러’ 치료를 받으러 왔지만 한 번도 침 치료를 받은 적 없는 이들에게 동인의 몸에 새겨진 오랜 지혜의 흔적과 함께 소개한다. 환자들 중에서도 한의학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 오랜시간 공부를 한 분들도 만나기도 하고 모 대학의 피부미용학 수업시간에 안면의 해부학과 함께 경락과 경혈을 가르치는 분의 경락학에 관한 지식을 뽐내는 것을 접하기도 하였고 어떤 요가명상강사는 경락과 요가의 자세와 동작을 연결시키도 하는 것을 본다.

 

반면에 어디선가 지압과 마사지를 받고 아파서 내원하시는 분들 중 ‘경락을 받았어요’라고 표현하는 경우들이 있다. 마치 ‘머리 잘랐어요.’라고 할 때 머리가 머리카락이지 진짜 머리가 아닌 것처럼 ‘경락 받았어요.’라고 할 때 경락을 받는 게 아니고 경락과 경혈점들에 지압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고 머리 잘랐다고 하는 사람에게 머리카락을 자른 것이라고 다시 수정을 요구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굳이 그러진 않는다. 그런데 이어 대화를 나누다 보면 머리가 아니고 머리카락이라는 것을 아는 것과 달리 경락이 아니고 경락의 경혈지압과 마사지라는 것은 모르는 경우를 본다. 다만. 그런 경우도 ‘혈자리’가 자극 점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어서 우리의 일상에 한의학의 언어가 배어 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층차의 인식을 가지는 이 전통적인 경락의 경혈을 자극하는 방법이 2000년을 건너 내담자 자신이 경혈을 두드리는 방법과 수용전념치료라는 심리치료를 결합한 감정자유기법 (Emotion Freedom Technic;EFT)으로 지난 2019년 10월 신의료기술로 인정됐으며 올해 6월 14일 건강보험에도 비급여 행위로 등재됐다. EFT가 비급여로 인정되는 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주 대상으로 하는것인데 화병, 불안장애, 불면증, 우울증 환자 등에 치료에 대해서도 효과가 보고되고 있기도 하다.

 

나는 한의원에 내원하는 심리적 고통 속에 있는 환자들에게 기존치료와 함께 안내하는데 이는 시대에 맞게 변하는, 변해야 하는, 한의학의 한 단면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경락과 EFT를 다음 지면에는 좀 더 자세히 소개해 보려 한다,

 

배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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