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이 특정 계약에서 입찰 제한 조건을 과도하게 설정해 불공정 시비가 일고 있는 가운데 입찰에 참여한 업체 간 담합이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28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가평군은 지난달 15일 가평테니스장 전천후 비가림막 설치 공사를 위해 23억8172만원(부가세 포함) 상당 계약을 조달청에 의뢰했다.
조달청은 다음날 오전 10시부터 같은 달 20일 오전10시까지 입찰을 진행했고, 총 7개 업체가 참여해 최저가격을 써낸 A업체가 낙찰 받았다. 낙찰금액은 19억1953만원이다.
그러나 입찰 과정에서 일부 업체 간 담합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 조직적으로 투찰 금액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번 가평테니스장 비가림막 설치 사업의 낙찰 하한율은 80.495%인데 반해 업체들의 투찰률은 85.795~86.184%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의 경우 투찰률이 높게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강원도 철원군 오지리 테스니장 막구조물 설치 사업(사업비 18억2760만원)의 낙찰 하한율은 같은 수준이지만, 투찰률은 80.574~81.747%에 그쳤다. 다른 지역의 막구조물 입찰 투찰률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찰률은 낙찰 하한율인 80.495%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투찰률이 이렇게까지 높은 것은 담합을 의심케 한다”고 말했다.
담합이 의심되는 정황은 또 있다. 이번 가평테니스장 막구조물 설치 사업 입찰에 참여한 업체 7곳 중 6곳이 ‘조합’을 이뤄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업체가 참여한 입찰의 경우 투찰률은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합의 회원사는 20여 곳으로, 연 매출액이 적게는 10억에서 많게는 500억원 규모의 업체 8곳이 이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가평군으로부터 계약을 따낸 A업체도 이사로 등록되어 있다.
조합 산하 업체 간 경쟁을 피하고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저가투찰로 수익성 악화 방지를 위한 전형적인 담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업체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조직적으로 투찰률을 조작했다면 이는 현행법 위반이다.
공정거래법 제19조 1항은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와 입찰 또는 경매에 있어 낙찰자, 경락자, 투찰가격, 낙찰가격 또는 경락가격,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결정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직·간접적인 증거가 없다면 섣불리 담합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높은 투찰률 등은 담합이라고 의심할 수 있는 정황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입찰 참여 업체는 담합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가평군 역시 입찰 과정에서 개입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A업체 관계자는 “가평 사업 입찰에서 투찰률이 높아진 것은 아마 철근자재가 들어가기 때문인 것 같고 담합으로 인해 (투찰률이) 올라간 것은 아니다”라며 “저희가 포함된 조합은 몇 년 전 조달청 쇼핑몰에 (물품을 올리기 위한) 단체 규격을 만들어야 해서 구성된 것이고 담합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도 조합 소속 업체들이 담합을 했다는 민원이 제기돼 5곳의 업체가 공정위와 조달청으로부터 두 차례 조사를 받았는데 모두 ‘혐의 없음’ 처분됐다”고 덧붙였다.
가평군 관계자도 “애초 특정 업체를 밀어주려 했으면 제한경쟁 입찰방식이 아닌 조달우수 수의계약으로 진행했을 것”이라며 “저희는 계약의뢰를 할 뿐 계약과정에는 전혀 관여할 수 없어 담합이 이뤄졌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