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아프간 난민과 정치적 난민

2021.08.26 06:00:00 13면

 

현실은 영화보다 더 잔인하다.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 에 점령당했다는 뉴스는 말 그대로 지옥도를 보여주었다. 아프간을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치다 결국엔 미군에게 갓난아기라도 살려달라고 맡기는 뉴스 영상은 그야말로 무간지옥과 다를 바 없었다. 삶의 희망이 노루꼬리만큼이라도 남아 있다면 엄마가 아기를 생면부지의 군인에게 던지지 않는다. 그 참혹한 어머니의 마음을 가늠이나 할 수 있으랴? 아기를 포기한 아프간의 엄마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들에게도 호세이니의 소설처럼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떠오를까? 

 

비극은 멀리 아프간에만 있지 않았다.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 양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이 취소되었다. 지금 인턴과정을 밟고 있는 조민 양은 앞으로 의사면허 자체가 박탈될 수도 있다.  자칫 그녀가 쌓아올린 전 생애를 부정당할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조민양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처럼 삼성을 등에 업고 부당하게 승마포상기록을 내세워 이화여대에 입학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돈도 능력”이라며 세인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잘못도 없었다. 빌미는 동양대 표창장이었지만 알다시피 조민의 고초는 아빠가 조국이었기 때문에 빚어진 것. 아빠가 국정을 농단했기 때문이 아니라 법무부장관으로 검찰개혁을 밀어붙인 탓이었다. 

 

아프간이 이슬람근본주의 탈레반이라는 광풍 앞에 인권과 문화가 말살되었다면, 대한민국은 "검찰원리주의, 사법근본주의"를 신봉하는 법조카르텔에 의해 민주주의와 인권이 위기에 처해있다. 가장 대표적 희생자가 멸문지화의 변을 당한 조국 가족을 위시하여 검사가 모해위증을 교사한 의혹이 제기된 한명숙 전 총리, 범법자의 허술한 진술에만 의존해 경남도백의 지위를 박탈당한 김경수 등일 것이다. 조민 양의 경우 관련재판의 대법원판결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대는 부랴부랴 취소처분을 결정했고, SBS는 이 상황을 중계까지 하면서 철지난 조국사태(?)를 뉴스의 전면으로 다시 소환했다. “대선무렵까지는 수구보수진영의 정치적 공격소재로 활용될 것”이란 조국 전 장관의 말이 기억나는 대목이다. 

 

한 젊은이에게 교육적 살인에 버금가는 징벌을 내리려면 근거라도 충분해야 할 것이 아닌가? 조민의 입학자격은 우수했고, 동양대 표창장 등 제출서류가 입학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면서도, 지원 유의사항을 위반해서 취소한단다. 그러면서 대법원판결시 처분 결과도 바뀔 수 있다니 그럴거면 대법원판결을 기다렸어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어쨌거나 피 냄새는 진동했고 광란은 다시 시작되었다. 보수진영에선 조민 양의 고려대 입학도 취소하라고 나팔을 불어댄다. 그들은 정유라가 당한 만큼 돌려주겠다는 심사일 터. 사안의 성격이 다른 건 관심도 없다. 그냥 적군이니깐 죽을 때까지 찌르고 본보기로 삼겠다는 것뿐이다. 비열하고 잔인하다.

 

이 와중에 추미애 후보를 빼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이 사태에 묵언수행 중이다. 대다수 국회의원들도 ‘엄중히’ 먼산만 바라보고 있다. 정부는 한국을 도왔던 아프간 직원과 가족들을 난민으로 데려올 것이라 한다. 나는 바란다. 누구보다 대한민국을 도우려 검찰개혁의 선봉에 섰던 조국 전장관과 그 가족들에게 정치적 난민자격으로 우리 가슴속 자리 한 켠을 내어줄 수 없을까? 학살을 피해 살아남아 더 강해지도록.. 입을 다문 자들이 부끄러워지도록 말이다.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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