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경자가 지주에게

2021.08.31 06:00:00 13면

 

“소유권은 신성불가침의 권리이므로, 법에서 규정한 공공의 필요성에 의해 명백히 요구되는 경우 이외에는 누구도 소유권을 박탈할 수 없다.” 루이 16세를 단두대에 올려 목을 자르고 대혁명을 완수한 프랑스 시민들이 1789년 8월 26일 선포한 프랑스 인권선언 제17조다. 여기서 소유권의 핵심은 토지다.

 

대혁명 이전 프랑스 시민들은 토지에 종속되어 살아갔다. 땅에 종속된 인간은 땅을 가진 자의 노예로 살아야 했다. 그렇기에 시민들은 귀족과 성직자들의 노예나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프랑스 대혁명은 시민을 타인의 땅에 종속되어 농사짓는 노예가 아닌 자신의 땅에서 농사짓는 농부로 만들었다. 프랑스 인권선언이 소유권을 신성불가침한 권리로 규정한 이유다.

 

이렇듯 농경사회에서 땅을 가질 수 있느냐 또는 그렇지 않으냐는 그의 신분을 규정했다. 땅을 가진 자는 귀족으로 그렇지 못한 자는 귀족의 땅에 속박되어 농사를 지어야 하는 노예로 살았다. 그렇기에 농지를 농부가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시민혁명의 핵심이었다. 중세의 모든 부조리는 농부가 아닌 자가 농지를 소유한 것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 역시 농지는 농부가 소유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헌법 제121조 제1항은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천명한다. 경자유전은 농사를 짓는 자(경자, 耕者)가 농지를 소유(유전, 有田)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작(小作)은 농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어 농사를 짓게 하는 것이다. 경자유전 원칙을 지키고 소작을 금지한다는 것은 “자신이 농사지을 땅만 가지라”는 의미다.

 

국민의 힘 소속 윤희숙 의원의 아버지가 농지를 불법으로 소유해 논란이다. 그는 투자를 위해 농지를 샀다고 스스로 밝혔다. “직접 농사지을 만한 땅만 가지라”는 헌법의 명령을 정면으로 반한 것이다. 더 나아가 인근 농민에게 소작까지 주었다고 한다. 윤희숙 의원은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무혐의가 입증되면, 그때는 자신을 비난한 타당 정치인들이 사퇴해야 할 것이라며 큰소리쳤다.

 

같은 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농민이 경자유전에 너무 집착한다”며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농부에게 땅이 어떠한 의미인지. 경자유전이 무엇인지 알기는 하는지 의구심마저 드는 발언이다.

 

경자(耕者)가 땅 주인, 즉 지주(地主)에게 속박될 때 그는 자유를 상실한다. 자유를 상실한 자의 삶은 노예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경자(耕者)가 유전(有田)하지 않고 지주(地主)가 유전(有田)한 세상에서 민주주의는 요원하다. 경자가 지주인 세상, 그것이 진정 자유인의 세상일 것이다. “경자와 지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극히 위험한 생각이다.” 두 윤씨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다.

김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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