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2인 가구 생활/토끼·핫도그 지음/텍스트칼로리/232쪽/1만5000원
핫도그 “남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서도 잘해요’가 인생의 캐치프레이즈가 됐다.”
토끼 “성공적 홀로서기를 위해 열심히 돈 모으고, 든든한 공동체를 꾸리고 건강하게 살아가려 한다.”
‘여성 2인 가구 생활’의 두 저자 토끼(필명)와 핫도그(필명)는 20대 후반과 30대 중반의 직장인 여성들이다.
책 표지에 적힌 ‘비혼 여성 둘이 같이 살고 무사히 할머니 되기 프로젝트’는 마침 타이밍이 맞았던 토끼와 핫도그가 공동의 소망을 안고 함께 살면서 시작됐다.
대학 시절 독립해 4년간 룸메이트와 함께한 생활부터 누군가와 함께 사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았다는 핫도그는 스스로 ‘프로 동거인’이라고 소개하며, 집을 공유할 동거인을 찾았다고 한다.
부모님 품에서 안락하게 지내던 어느 날, 멀리 이사를 간다는 부모님 말씀에 갑작스러운 날개펴기를 시작했다는 토끼.
직장에서 선후배로 인연을 맺었던 핫도그와 토끼는 직장 동료이자 친구, 공부 메이트로 만나 봤으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무엇보다 당장 인생 계획에서 결혼이 없었다는 공통점이 서로를 든든한 파트너로 여기는 또 하나의 가족으로 탄생케 했다.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며 아침 출근 전 로봇청소기를 돌리고, 어릴적부터 TV를 즐겨 보지 않았다는 핫도그와 미니멀 라이프를 살며 핫도그의 눈부신 청소능력을 곁눈질로 배워가며 평소 TV를 즐겨본다는 토끼의 일상을 보면 참 다른 듯했다.
그러나 서로에게 강요하지 않고 배려하며, 가족이 아닌 타인과 한 집에서 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청소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물건 정리는 어떻게 할지 등등 사소한 부분까지 조율을 했다.
또 일요일 오후 저녁 시간마다 ‘토핫’이라 이름 붙인 가족회의를 통해 한 주 동안 좋았던 일과 내가 기여한 집안일, 속상했거나 꼭 기억해야 할 일을 이야기하며 살아간다는 두 사람. 토끼와 핫도그는 “잘 말하는 사이가 되도록 연습하며 공동체 의식도 한 뼘씩 더 자라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은 오늘이라며 소비의 미덕을 아낌없이 펼치고 살아왔던 두 사람은 안전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 차곡차곡 돈과 지성, 체력을 비축하고 있다.
이 책은 ▲1부 결혼하지 않고 친구랑 살기로 했습니다 ▲2부 돈 굴리는 여자 둘 ▲3부 무사히 할머니 되기 프로젝트 등 총 3부로 구성됐으며, ‘여성 2인 가구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다.
직장인 5년 차인데도 매달 빠져나가는 카드값 때문에 통장 잔고가 없었다는 핫도그와 해외여행과 친구들과의 모임 등으로 소비왕이었다는 토끼는 처음 재테크를 접하며 소비 습관을 고치고 돈을 모아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썼다.
마지막 3부에는 연간 400여 권의 책을 읽고 금주를 다짐하며, 운동으로 복싱을 하는 등 공동체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생활 습관을 개선해 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건강과 경제적인 능력, 공동체가 비혼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 두 저자는 “여성들이 결혼하는 이유 중엔 경제적인 문제와 혼자 맞이하게 될 노후가 꼭 들어간다. 세 가지 모두 젊은 시기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중요해지는 것들인데, 여력이 있는 젊은 시절부터 잘 챙기면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비혼’이 더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요즘, MZ 세대를 중심으로 ‘결혼 없는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여성가족부가 전국 만 19세 이상 79세 이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혼인, 혈연 여부와 상관없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10명 중 7명이 동의했다. 이 결과는 다양한 가족 구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졌음을 알게 해 준다.
많은 MZ세대 여성들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거나 혹은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살면 어떨까 가끔 상상해 보곤 한다. 하지만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 힘든 이유도 있다.
두 저자는 “책을 읽은 독자들이 이런 고민을 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사실 자체에 위안을 얻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응원을 전했다.
끝으로 토끼와 핫도그는 “책을 내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응원과 연대 의식을 느꼈다”며 “같은 목표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연대하면서 공동체를 더 튼튼하게 확장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인사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