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575돌 한글날을 맞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유물 중 ‘석보상절(釋譜詳節)’ 초간본 두 권과 갑인자로 추정되는 금속활자 150여 점을 공개한다.
박물관이 30일부터 상설전시관 1층 중근세관 조선1실에서 공개하는 ‘석보상절’ 권20과 권21은 세종대에 만든 한글활자와 갑인자로 찍은 초간본이다. 학계에만 알려진 두 책이 일반에 선보이는 건 처음이다.
‘석보상절’은 1447년(세종 29) 세종의 왕후인 소헌왕후 심 씨(1395~1446)의 명복을 빌고자 간행된 책이다. 훗날 세조가 되는 수양대군이 세종의 명을 받아 부처의 일대기와 설법 등을 정리해 한글로 번역했다.
원래 모두 24권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는 일부만 남아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권20·21은 세종 연간에 간행된 초간본으로 앞서 보물로 지정된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권6·9·13·19와 동국대도서관이 소장한 권23·24와 같은 판본으로 추정된다.
박물관은 “이번에 공개되는 ‘석보상절’은 그동안 연구자들 사이에서만 알려져 있어, 국민들이 실제로 관람하면서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 16년인 1434년에 제작된 갑인자(甲寅字)로 추정되는 금속활자 152점도 함께 전시된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 조선총독부가 구입한 이 활자들은 앞서 1987년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전시된 적이 있다. 해당 활자들은 올해 6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출토된 갑인자 활자와 형태가 유사하다는 점 등 갑인자로 추정할 수 있는 상당한 근거를 확인했다는 게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박물관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갑인자본 ‘근사록’(1436)과 고(故) 송성문 씨가 기증한 ‘자치통감’ 권236~238(1436)에서 금속활자 실(失), 징(懲), 흉(胷), 조(造), 태(迨)의 글자체와 크기가 같은 활자인 것이 확인됐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