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큰 자랑거리인 ‘한글’은 과학적인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있지만, 글자 모양 또한 예술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때문에 그 자체를 디자인적 요소로 활용하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그런데, 신한류 열풍을 타고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한글에 대해 겉모습 뿐만 아니라 글자가 품고 있는 점·선·면의 공간에 주목한 작가가 있어 눈길을 끈다.
오는 19일까지 서울 삼청동 갤러리 hoM 1층 본관에서 개인전을 갖는 김미진 작가다. 전시의 타이틀도 ‘한글이 빚어낸 공감각적 심상’으로, 어떤 작품들을 만나게 될 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김 작가는 “(작품에서 보게 되는)점·선·면의 형태들은 해체된 한글의 자음과 모음에서 오는 형상이다. 점·선·면이 조화롭게 구성된 한글의 구조야말로, 작품 안에서 모던함과 시크함을 표현하고자하는 나의 의도와 정확히 부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각의 구조들은 서로 집적돼 층을 이루기도 하고, 독립된 형태로 존재하기도 한다”면서 “가장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유산 한글이, 가장 현대적인 구조와 형태를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작품은 한지를 재료로, 전통 공예기법인 전지공예기법을 사용해 완성됐다. 특히 한지가 주는 시각적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의도했던 점·선·면의 공간과 또 다른 공간들을 만들었다.
또한, 한국적인 색채의 강렬함과 정제된 투각기법을 이용하고, 여기에 빛이라는 물리적 현상을 가미해 그 깊이감을 표현해냈다. 아마도 이것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공감각적 심상’이 아닐까 싶다.
김미진 작가는 “작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색채들은 한국의 전통 오방정색과 오방간색”이라며, “나는 단순함이 좋다. 절제된 점·선·면의 형태들이 내면의 감성을 전달하고, 이들의 조형적 변화를 통해 관람객 스스로 작품의 의미를 찾고 여유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