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추위에 자취를 감춘 고추잠자리가 그림 속에서 날아다니고 곱게 물든 단풍과 알록달록 피어난 꽃들까지, 더갤러리가 그야말로 가을로 물들었다.
안산시 상록구의 꿈의교회가 운영하는 힐링 문화공간 더갤러리는 지난 22일 ‘띠앗’ 헤테로토피아 전시의 막을 올렸다.
11월 14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철학자 미셸푸코에 의해 사용된 헤테로토피아를 주제로 하며, 이는 사물들이 완벽한 질서 안에 놓인 ‘유토피아’와는 반대로 사물들이 서로 상반된 방식으로 혼합되거나 중첩된 공간을 말한다.
경기대학교 예술대학원 동문들이 모여 선보인 ‘헤테로토피아’ 전시에는 김선미, 김혜연, 박지유, 배경숙, 오옥랑, 최화련, 허광지, 홍선화 등 8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각자의 삶에서 느끼고 고찰한 내용을 여러 재료를 통해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가들은 “사실 헤테로토피아는 우리 현실에서 많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누군가는 남들이 전혀 주목하지 않은 주변적 부분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씨앗으로 또 다른 세계를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덧붙여 “이전엔 경험하지 못했던 팬데믹의 늘어져 있던 걸음과 생각들을 새로운 시간과 공간으로 이동해 작품 속 헤테로토피아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화련 작가의 ‘stay’는 물가에 비친 푸른 나무들이 싱그러움을 더해 창밖 너머 풍경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화단에 피어있는 들꽃을 보는 듯한 박지유 작가의 ‘happy song’과 작품 속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Harmony’는 청명한 가을 날씨에 산책을 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김혜연 작가가 ‘산책’, ‘기다려’, ‘위풍당당’이란 제목으로 그린 강아지의 모습은 미소짓게 한다.
매혹적인 분위기를 담은 김선미 작가의 ‘장미...그 향유에 대한 사유’, 사람의 얼굴에 밀집돼있는 집들의 모습을 그려 넣은 오옥랑 작가의 ‘쟌느의 지독한 사랑 모딜리아니’도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전시를 기획한 김학중 꿈의교회 목사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지금, 또 팬데믹과 위드 코로나 사이에 있는 지금이야말로, 두 질서가 뒤섞이는 헤테로토피아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며, “관람객들에게 위안과 힐링, 새로운 꿈과 평안한 쉼을 주는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