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제헌헌법의 제정을 통하여 국민주권주의, 자유민주주의, 국민의 기본권보장, 법치주의 등을 국가의 근본이념 및 기본원리로 하는 헌법질서를 수립한 이래 여러 차례에 걸친 헌법개정이 있었으나, 지금까지 한결같이 위 헌법질서를 그대로 유지하여 오고 있는 터이므로, 군사반란과 내란을 통하여 폭력으로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의 권능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정권을 장악한 후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을 개정하고 개정된 헌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그 군사반란과 내란을 통하여 새로운 법질서를 수립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우리나라의 헌법질서 아래에서는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폭력에 의하여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 따라서 그 군사반란과 내란행위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
“5·18 내란 행위자들이 1980. 5. 17. 24:00을 기하여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헌법기관인 대통령, 국무위원들에 대하여 강압을 가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에 항의하기 위하여 일어난 광주시민들의 시위는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내란행위가 아니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난폭하게 진압함으로써,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에 대하여 보다 강한 위협을 가하여 그들을 외포하게 하였다면, 그 시위진압행위는 내란행위자들이 헌법기관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강압하여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국헌문란에 해당한다.”
다소 길게 인용한 위 글은 대한민국 대법원의 12·12 군사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 세력에 대한 판단이다. 이미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은 전두환 신군부를 군사 쿠데타 세력으로 선언하였다. 설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후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을 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확인했다. 더 나아가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의 행동은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지만 그들을 진압한 전두환 신군부의 그것은 국헌문란이라고 판단했다.
최소한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전두환 신군부는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범들이다. 그렇다면 신군부의 이인자였고, 전두환에 이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노태우 역시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범이다. 그런 노태우씨가 사망했다. 정부는 그의 죽음을 국가장으로 애도하기로 했다. ‘국가장법’은 국가장의 목적을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한 경우에 그 장례를 경건하고 엄숙하게 집행함으로써 국민 통합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묻고 싶다. 대법원이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범이라 판단한 노태우씨가 우리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겼는가? 국민의 추앙을 받는가? 그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는 것이 국민 통합에 이바지하는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