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이 10월 한 달간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청산을 위한 독립운동 유물기증 캠페인’을 진행한 가운데, 도민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이번 캠페인은 지역의 독립운동 역사를 보존·계승하고 도민들의 유물기증 참여 활성화를 위해 열렸다.
이 밖에도 경기도박물관은 도내 역사, 문화와 관련된 유물이나 자료를 기증받고 있다. 기증 의사가 있는 경우 전화 또는 이메일, 박물관에 직접 방문해 기증에 대한 안내를 받으면 된다.
이후 기증유물 심의를 위해 유물기증심의위원회가 개최되며, 심의 결과에 따라 수증 여부를 결정하고 통보한다. 이 절차를 마치면 기증신청서를 작성하고 접수한 뒤 경기도박물관은 유물을 인수한다.
기증처리는 기증증서를 발급하고, 기증유물은 박물관 소장품으로 등록해 영구 보존한다. 보존처리가 시급한 문화재는 복원 수리하고, 중요 자료의 경우 국가 및 도 문화재로 지정 신청을 하기도 한다.
기증자에게는 기증증서, 감사패를 증정하고, 박물관 전시실 내에 기증자 성명을 영구 게시한다. 박물관 홈페이지에도 기증자 및 기증유물을 공개하며, 특별전시 개막식 등 주요행사에 초청한다.
경기도박물관은 지난 8월 ‘2021년도 경기도박물관 유물 구입’ 공고를 냈다.
박물관 소장자료 관리지침 제2장 4조·5조에 의거한 올해 구입대상 유물은 ▲대한제국기 관련 자료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활동 자료 ▲경기도 독립운동 관련 자료(독립운동가 친필자료, 일기, 사진 등) ▲일제강점기 전적 자료(잡지 초간본, 일기 등) ▲근대 회화, 복식(장신구 포함), 목가구(대한제국~일제강점기) 등이다.
접수기간은 8월 17일부터 8월 20일까지였으며, 655건(1697점)이 접수됐다.
경기도박물관에서 소장품 관리를 맡고 있는 박본수 책임학예사는 “예산을 들여서 지난 8월에 유물구입 공고를 냈고 9월부터 실물접수를 통해 꽤 많은 유물이 모였다. 내부, 외부평가를 거쳐서 구입대상으로 어느 정도 물망에 오른 것들이 최종 확정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류접수 된 유물 중 실제 실물접수는 115건(277점)이었으며, 1차 내부 위원평가와 2차 외부 위원평가를 거쳐 56건(156점)이 구입 대상으로 결정됐다.
이에 박물관 측은 지난 26일 구입 예정 유물 화상자료를 공개하며 “도난 혹은 분실 등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문화재로 의심되는 유물이 있거나 의견이 있으신 경우 연락처로 알려주시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구입예정 유물 화상자료는 143점에 달하는 51건이다.
구입예정인 유물들이 보관된 경기도박물관에서 박본수 책임학예사를 만나 유물들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얏꽃 문양 새겨진 김병엽 호위대장의 의복
먼저,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청산을 위한 독립운동 유물기증 캠페인’을 통해 박물관에 기증된 1건의 유물 및 유품이 있다.
바로 1907년 순종의 호위대장이었던 김병엽 대장의 예복과 대한국 기념장 증서 등이다.
어려서부터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쎄, 이웃들에게 장군이라 불린 그는 1900년 무관학교를 졸업했으며, 1905년 시위보병 제1연대 제2대대 중대장을 맡았다.
이 유물·유품은 안동 김씨 김병엽 선생 가족에 의해 경기도박물관에 기증된 것이다.
예복을 보면 소매 끝이 붉고 계급을 알려주는 금줄이 있으며, 팔꿈치 부분에는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오얏꽃 문양이 수놓여 있다. 예복의 단추에도 오얏꽃 문양이 새겨져 있다.
박본수 책임학예사는 “기념장 증서와 관련된 유물인 것이다. 집안에서 간직하다가 박물관에 위탁하고, 이번 기회로 기증받게 됐다”며 “아쉽게도 하의는 남아있지 않지만 역사적 가치가 높은 만큼 새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당 김은호와 위창 오세창의 합작 ‘서화대련’
근대기 화가 이당 김은호와 위창 오세창이 비단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합작한 ‘서화대련’은 ‘시원하고 깨끗한 가슴은 물거울처럼 맑고, 온화한 기상은 피어오르는 봄바람 마냥 따스하구나’란 의미가 담겨 있다.
김은호는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와 있으며, 오세창은 민족 33인 중 한 명이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그 당시 산물이란 평이다.
◆심전 안중식의 ‘취태백도’
“무신년 가을에 취해서 그리다. 술에 취한 이태백 그림을 춘파 대인에게 드리다.”
박본수 책임학예사는 이 그림을 가리키며 “이 그림을 그린 심전 안중식이란 분은 조선 말기의 화가 오원 장승업의 제자”라고 소개했다.
덧붙여 “당시 우국지사들이 나라를 잃고 절명한 분들도 있고 그 슬픔을 술로 달랬다고 한다. 술에 취한 이태백을 통해 자신들의 모습과 생각을 투영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뿌리가 드러난 난 ‘노근란도’
또 하나의 작품은 심전 안중식이 그린 노근란도(露根蘭圖)로, 뿌리가 훤히 드러난 난의 모습에 눈길이 간다.
안중식이 정소남의 작품을 본 뜬 것인데, 중국 송말원초 때 화가 정소남은 망국에 대한 변함없는 충절의 상징을 담아 묵난화법을 창시했다고 알려져 있다.
안중식 역시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잃고 뿌리 잃은 백성들이란 의미를 담아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닐까 싶다.
◆자수 태극기와 수원 옛모습 담긴 엽서
대한제국 시대의 자수 태극기는 희귀한 자료이며, 1930년대 수원의 전경을 담은 엽서 30여 점도 있다.
박본수 책임학예사는 “자수 태극기를 보면 액자 뒤는 완전 삭아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고 말했고, “화령전, 수원역, 방화수류정 등 옛 모습이 담긴 엽서만 모으셨다고 한다. 수원의 옛 모습이기에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세계교통전도와 우리나라 소식이 실린 해외 신문들
특히 구입유물 중에서 각종 지도와 해외 신문 역시 눈여겨 볼 만했다.
세계교통전도는 한일합병 직전 1909년 대한제국에서 발행한 것으로, 바다해상에는 항로와 항해가 도식돼 있고 지도 상단, 하단을 보면 세계 국기들과 함께 태극기가 그려져 있다.
서울에서 일본군이 고종 퇴위 반대시위를 진압하는 모습이 담긴 1907년 8월 4일 발행된 신문. ‘한국의 고난’이란 제목으로 고종황제의 헤이그 밀사 사건 후 고종의 퇴위를 반대하는 시위와 시위대를 진압하는 일본군의 삽화가 담겨 있다.
또 1900년 12월 16일 발행된 신문은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가한 한국관의 모습을 그렸다. 경복궁 근정전을 재현한 전시장을 배경으로 한국의 다양한 의상과 공예품, 태극기를 볼 수 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