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대유평, '골칫거리'에서 '열린공간'으로 재탄생

2021.11.03 06:00:00 6면

대유평, 조선 말 둔전→산업화시대 연초제조창→현재 시민공간으로 변화
폐공장 일부 존치해 리모델링한 111CM, 주민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대유평공원, 도심 녹지 및 보행축 연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수원시 산업화의 상징 대유평 연초제조창이 수원시민들을 위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건축물은 노후화되고 흉물스러운 모습에 ‘골칫거리’로 여겨지기 쉽다. 게다가 이런 건물에 새로운 목적을 부여해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운영이 중단된 기차역을 활용해 세계적인 미술관이자 도시의 랜드마크 가 된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 폐쇄된 발전소의 외관을 존치해 현대미술의 중심지가 된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 등 생명을 다한 공간과 건축물에 다시금 활기를 돌게 한 성공사례들도 있다.

 

이렇듯 수원시도 대유평 연초제조창을 시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대유평공원과 111CM(커뮤니티)로 만들어 냈다.

 

 

◇조선부터 근대까지 산업을 꽃피운 중심지 ‘대유평’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대유평은 수백 년의 역사를 따라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화서역을 중심으로 많은 주민이 생활하고 있는 터전이지만, 수십 년 전에는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다.

 

대유평의 최초 계획자는 조선의 정조대왕이다. 농경시설 확충과 화성 축조의 재원 마련을 위해 대유둔전을 조성하고, 만석거와 축만제 등 수리시설도 함께 만들었다. 이후 200여 년간 대유평 넓은 뜰은 조선후기 농업개혁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백성들의 삶의 터전이 됐다.

 

대유평의 첫 번째 변화는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함께 진행됐다. 1960년대 후반부터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담배를 생산하는 연초제조창을 조성, 1971년 4월 1일부터 공장을 가동했다. 시나브로, 88, 라일락, 한라산, THIS 등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의 담배들이 대유평 연초제조창에서 제조됐다.

 

이후 담배 산업의 정체기와 공장의 자동화 및 집적화가 이뤄지면서 대유평 연초제조창은 32년만인 지난 2003년 3월 14일 가동을 중단했다. 폐쇄된 공장과 부지는 20년 가까이 그대로 방치되면서 ‘골칫덩이’가 됐고 주변에는 아파트가 들어섰고, 해당 부지에 대한 개발 요구가 이어졌다.

 

수원시는 지난 2017년 대유평 지구단위계획을 결정하면서 개발의 혜택이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즉, 개발이익으로 자연을 접하며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들어 주민에게 환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역의 역사성과 접근성, 주변 환경과의 어우러짐 등의 조화를 이루며 민관 협력 사업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대유평공원과 111CM이다.

 

 

◇111CM,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되다

 

11월 1일 개관한 111CM은 옛 연초제조창 건물의 일부를 개조해 수원시민들에게 환원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공간의 이름은 주소에서 따왔다. 정자동 111번지에서 모두가 하나 되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희망을 담아 커뮤니티(ComMunity)에서 C와 M을 조합해 만들었다.

 

111CM은 단정하게 조성된 공원 안쪽으로 자리 잡은 회색빛 낡은 건물을 중심으로 조성됐다. 건축물은 파이고 긁힌 흔적이 곳곳에 남아 세월이 느껴지는 오래된 기둥들이 6m 간격을 두고 규칙적으로 배치돼 있다. 콘크리트가 노출된 9m 높이의 천장은 그 자체로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를 구현하고, 벽에는 통유리를 주로 활용해 내외부 공간이 시각적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내부 공간은 2개 동과 가운데 야외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자칫 삭막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외관이지만 어디에서든 장벽 없이 진입할 수 있어 오히려 개방감이 크다. 계단을 따라 지붕을 올라가면 2층 야외데크가 마련돼 있어 도심 한가운데서 한가로운 정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내부 중 A동에는 편의시설이자 휴게공간으로 베이커리카페가 입점해 운영되고 있으며, B동은 시민들이 다양한 취미생활과 모임 활동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특히 2333㎡ 규모의 B동 복합문화공간은 곳곳을 가변형으로 구성해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동 사이 야외 공간에는 대유평을 중심으로 한 1970년대 수원의 모습과 연초제조창의 역사를 보여주는 아카이브 영상 전시기기가 배치돼 있다. ‘대유평의 기억’이라는 제목의 아카이브 영상은 총 4편이다. ▲연초제조창 건립사(1967~1971) ▲연초제조창 30년(1970~2004) ▲버려진 건물의 재생(2019~2121) ▲산업유산에서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2021~) 등을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하며 공간의 역사를 느낄 수 있다.

 

 

◇여유와 힐링을 선물하는 대유평공원

 

111CM을 품고 있는 대유평공원은 공동주택, 대형상업시설 등이 들어서는 개발사업부지의 정중앙에 공원을 배치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누릴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 2단계로 사업 구간을 나눠 총 11만3757㎡에 달하는 면적의 공원이 조성된다.

 

우선 111CM과 함께 지난 28일 사용승인을 받은 1단계 구간은 9만6000여㎡다. 대각선으로 흐르는 부지 모양을 따라 중심부에 나들마당, 생태연못, 생태계류 등이 조성돼 다채로운 공간 구성을 보여준다. 111CM과 연결되는 부분은 스테핑가든과 자작나무숲을 조성해 건축물과 외부 공원이 시공간적으로 단절되지 않고, 시각적으로도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또 공원은 녹지가 끊어지지 않도록 도로 위로 둔덕을 조성하고 바람언덕과 지붕정원을 꾸몄다. 대형 공동주택단지와 연결되는 부분은 계수나무길과 야생화원으로 만들었다. 조경을 위해 교목 2999주, 관목 6만7960주, 지피 15만3600본 등이 식재됐다.

 

가장 큰 특징은 접근성이다. 주변 공동주택단지는 물론 인근 초등학교, 중학교, 상가단지 등 어디에서나 누구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안점을 뒀다.

 

 

대유평공원은 아직 미완성이다. 2단계로 1만7000여㎡ 면적이 오는 2023년 하반기에 지하주차장과 상부공원이 결합된 형태로 조성된다. 지금은 주차시설이 미흡하고 도로에서 바로 진입할 수 없지만 2단계 조성공사가 완료되면 불편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향후 2단계 공원사업이 진행되면 북쪽에 위치한 서호천과 남쪽에 위치한 숙지공원을 연결하며 수원시내 도심의 녹지축을 연결하는 역할도 기대된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111CM 개관을 기념해 지난 1일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 “건물과 장소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문화”라며 “담배공장의 한 터를 남겨 놀라운 변신을 한 만큼 인문도시와 지속가능발전도시의 상징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시민과 함께 나머지 색을 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한솔 기자 ]

박한솔 기자 hs92@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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