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집요하고 꼼꼼한 체제

2021.11.11 06:00:00 13면

 

서울시는 내년도 TBS(교통방송)의 라디오본부 예산을 62억 5574만원에서 96.1% 삭감된 2억 4498만 원으로 깎았다. 이유는 재정자립이라지만 한마디로 라디오방송을 하지 마라는 이야기다. 알다시피 TBS는 서울시 소속 미디어재단으로 현재 여권의 스피커로 불리는 김어준 씨가 뉴스공장을 진행하고 있다. 예산안 96% 삭감은 이유여하를 떠나 참혹하리만치 잔인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아예 죽이겠다는 이야기다. 또 서울시가 버스기사들에게 “교통방송을 절대 틀지 말 것”이란 지시를 했다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이라면 심하게 치졸하다. 하나 더,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의 시정을 비판하는 기사를 낸 한겨레신문에 광고중단 통보를 했다. 그들은 욕망에 솔직하고 집요하다. 

 

서울시는 예고편일 뿐이다. 우리는 이미 이런 사례에 익숙하다. 이명박 씨나 박근혜 씨, 같은 당이면서 불화했던 둘 사이에 공통점이라면 두 사람 모두 언론을 장악하는데 집요하고 꼼꼼했다는 것이다. 만일 다가오는 대선에서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가 이긴다면 그 일등공신은 누구일까? 내가 보기에 TV조선, 채널A, JTBC, MBN 종편방송 4개를 허용해준 이명박정권일 것이다. 청와대 차원에서 블랙리스트를 관리하며 방송출연진까지 통제했던 박근혜정권도 꼼꼼함에선 뒤처지지 않았지만 종편이 등장한 이후 한국 언론지형의 급격한 ‘기레기’화를 생각하면 비교불허다. 이번 서울시의 교통방송과 한겨레신문 옥죄기도 결국 오세훈 시장의 선배들 따라 하기에 불과하니 만일 국민의힘이 집권한다면 어떤 세상을 보게 될지 굳이 상상력을 동원할 필요조차 없다. 이명박근혜 시절 충분히 겪어보았으니 말이다. 

 

한국사회에 민간파시즘이 다가오고 있다. 파시즘은 ‘묶음’ 이란 뜻의 이탈리아어 파쇼(fascio)에서 유래한 말로 국가권력이 국민을 하나의 묶음으로 여기는 전체주의체제를 일컫는다. 히틀러도 선거를 통해 집권했다. 집권한 이후 정권에 대한 비판과 이견을 허용하지 않고 반대파를 탄압했다. 국민들을 선동해 전쟁이란 집단광기로 내몰았다. 이것을 가능케 한 사람이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였다. 그는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떠들었다. 대한민국 검사와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줬다고만 해라.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한다”, “고발장은 우리가 쓴다. 넣기만 하면 알아서 한다”

 

사유화된 검찰과 기득권동맹으로 묶여진 주류언론, 이것만 해도 충분히 재앙인데 왜 나는 굳이 파시즘을 운운하는가? 그만치 집요하고 꼼꼼하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민국의 언론은 차고 넘칠만치 보수화되어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정도가 아니라 숫제 강퍅진 비탈길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비주류언론의 비판조차 싹을 잘라야 한다고 여긴다.  전체주의가 아니면 무엇인가? 이들은 한국경제가 코로나 시국에도 유례없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나가며 세계경제의 칭송을 받아도 국내언론은 곧 망할 것처럼 호들갑이다. 아니, 망해야 한다고 고사를 지내는 듯하다. 이들이 바라는 바는 뻔하다. 한국역사에서 대표적 파시스트라 할 수 있는 전두환을 두고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후보의 집권을 바라기 때문이 아닌가? 

 

괴벨스는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로 추궁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이익 앞에 집요하고 꼼꼼하다. 나는 억압에 집요하고 꼼꼼한 체제를 파시즘이라 부른다. 그들을 심판하는데 믿을 건 깨어있는 시민들 뿐이다.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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