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금의 시선] 김장김치 담그기

2021.11.17 06:00:00 13면

 

 

때 아니게 첫눈이 내리니 밭에 있는 배추가 얼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서둘러 김장김치를 해서 비여 있는 냉장고에 채워 넣어야 마음이 놓이는 이것은 무엇일까. 김치를 먹어야 속이 시원히 풀리는 생리적 유전자가 있어 가을이 깊어지면 배추 가격부터 알아본다. 입안을 시원하게 해주는 김치를 북쪽 사람들은 쩡~ 하다고 표현하고 남쪽 사람들은 시원하다, 또는 맛있다고 말한다. 겨울동안 먹어야 할 맛의 즐거움 중 하나로 김장김치 담그기는 의례행사처럼 공동체가 모여서 만드는 것으로 오래된 전통이다.

 

새싹이 돋아나는 봄부터 시작하여 가을까지 밭에서, 들에서 나는 채소는 모두 김치가 될 수 있다. 쩡~ 하고 시원함은 1차 발효에서 생기는데 채소와 소금이 만나는 과정이다. 쩡~ 하고 시원한 맛은 양념인 고춧가루, 마늘을 아주 적게 사용하는 것이 비법이다. 이것은 한반도 북부지역인 함경북도 량강도, 자강도에서 김치 만드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렇게 만든 김치는 추운 지역적 환경과 어울리며 고유한 맛을 낸다. 갓이나 영채 김치가 젓갈을 사용하지 않아야 제 맛을 내는 것과 같다. 동해안에 위치한 함경도와 강원도, 서해안의 평안도, 황해도 지역에서는 2차 발효과정인 감칠맛을 내는 젓갈을 더한다. 남쪽으로 갈수록 양념을 넣는 가짓수도 많아지고 그만큼 김치가 익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익는 시간이 길수록 깊은 맛이 난다. 그래서 묵은지 맛이 더 좋기도 하다. 유산균 덩어리인 김치는 발효가 생명으로 순차적으로 익어가는데, 불로 익혀야 먹는 음식과는 대조적인 자연 건강식이 된다.

 

남쪽은 먹거리가 풍부해 김장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다. 김장을 반년 식량으로, 한 가구당 톤(t)으로 담그는 북쪽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남쪽의 아파트에 반드시 주차장이 있어야 하듯 북쪽 고향에는 김치움이 있어야 한다. 낙엽이 떨어지고 서리가 내리면 배추가 얼기 때문에 서둘러 담그려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오죽하면 김장 전투라고 했을까. 품앗이처럼 사람들이 어울려 담그지 않으면 그 많은 양을 한꺼번에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북쪽에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김치를 담근다. 소금에 절이고 씻어내는 공정이 간단하지 않아 여성들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추운 날 손을 호호 불어 가면서 김장을 담근다. 지금은 각 도(都)마다 김치공장도 세우고 김치의 산업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일반 사람들이 사 먹을 수 있는 수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쳐버리게 좋아하는 건강식품이 되었다. 입맛을 사로잡는 김치의 시원함을 고기만 먹는 서양 사람들이 흉내를 내어 만들려고 해도 아니 되는 정체성이 확실하게 보존, 전승되고 있는 채소 발효식품이다. 김치의 인기로 남쪽에서는 2013년, 북에서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했다. 그리고 11월 22일 ‘김치의 날’로 제정했다. 김치 냄새가 미개인의 것인 듯 인식했던 때로부터 이제는 건강식품으로 온전히 한국인의 것이 된 것이다.

위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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