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다. 시민들은 그 축제를 통해 자신들의 희망을 투영시키고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축제 중에서도 대통령 선거가 단연 으뜸이다. 한 국가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끊임 없이 시민들과 호흡하는 과정이다. 유세 현장은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환호로 함성이 들리고, 언론에서는 연일 그 모습을 다룬다.
호흡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은 현재의 어려운 삶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선거를 바라본다. 민주화를 이룩하고자 했던 열망은 박정희에 이은 전두환 군사독재를 끝내고 DJ·노무현 정부를 탄생시켰고, 탐욕에 이은 문고리 정치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은 촛불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켰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국민들의 바람이었다.
그런데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선 그런 축제의 모습은 커녕 이곳저곳에서 의혹과 한탄의 목소리만 들려온다. "뽑을 사람이 없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온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대, MZ세대의 '지지 후보 없음' 여론 조사 결과는 대한민국의 미래 중추들이 느끼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과감없이 보여준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진행된 대장동 백현동 개발 관련 의혹으로, 후보 주변 사람들의 이름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다. 지지율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시절과 별 차이 없이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대장동의 늪'이다. 현 정부 최악의 실정인 '부동산 문제'에 'LH 직원 투기 의혹'이 불을 붙였다면 '대장동 게이트'로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고발사주' 의혹과 배우자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장모의 요양병원 불법 개설과 요양급여 부정 수급 혐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특혜 의혹 등 총체적 늪에 빠져 있다. 경선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오르면서 여당 후보와 격차를 벌리고 있지만, 그 여파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두 후보 모두 '공정'을 주요 명제로 외쳤거나 외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슬로건을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으로 삼았고, 윤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공정과 정의를 외쳤다. 공교롭게도 두 후보 모두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는 자유롭지 않다.
많은 국민들은 두 후보가 과연 '공정'으로부터 정의로운가에 의문을 품고 있다. 검찰 또는 경찰이 명확한 수사를 통해 여러 의혹들을 파헤쳐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미적미적한 수사형태로 이미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부적절한 '쪼개기' 회식으로 코로나19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귀중한 수사기간을 허비하기까지 했다.
오죽하면 후보들이 직접 나서서 조속한 검찰 수사와 특검을 요구하고 있겠는가.
그 어떤 좋은 공약이 나오더라도 이러한 치명적 의혹들이 나오는 분위기에선 묻혀 별 다른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모든 언론이 대장동과 고발사주로 도배되고 있다.
선거가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들이 말끔히 해소되는 것이 기본이다. 후보들 역시 그런 해소를 바탕으로 국민 앞에서 떳떳한 대통령으로 선출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과업으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얘기가 무르익고 있다. 엄혹한 국제 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이 한번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항구적 평화가 전제돼야만 한다. 국제 질서의 흐름은 이념 대립에서 벗어나 경제가 좌우하는 신냉전 체제로 돌입했다. 북한과의 소모적 논쟁은 우리의 발전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국민들이 희망하는 것은 그런 미래 지향점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과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희망'이다. MZ세대 역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가 불안하기보다는 안정속에서 번영과 성장을 갈망하지 않겠는가. 이제 모두 다 함께 '축제'를 벌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