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호와 옥순봉을 품은 제천시 수산면은 지난 2012년 충북에서 최초, 우리나라에서 11번째로 국제 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느림’의 고장이다.
제천의 동쪽 끝에 자리한 작은 마을 수산을 이야기할 때 ‘천혜(天惠)’라는 단어를 즐겨 쓰는 건 청풍호와 옥순봉 이외에도 금수산(1015.8m), 가은산(562m), 두무산(477.5m) 같은 멋진 산을 여럿 품은 고장이기 때문이다. 그 중 두무산 중턱에서 자생하는 측백나무들은 수산, 아니 제천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 중 명물이다.
![측백나무 숲길 / 사진=정철훈 기자](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11249/art_16389283737588_d40353.jpg)
측백나무 향 그윽한 그곳에서 느리게 걷기
두무산 측백나무 숲은 우리나라에 있는 자생 측백나무 숲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6만 ㎡에 이르는 이 숲에 수령 60~130년 된 측백나무 4천 여 그루가 빽빽이 자란다. 우리나라 최초의 천연기념물인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보다 2배 정도 큰 규모다.
방충효과가 뛰어난 측백나무는 예로부터 집이나 묘지 주변에 많이 심었으며, 소나무와 함께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나무로 여겨 귀한 대접을 받았다.
측백나무 숲을 가장 멋지게 만나는 방법은 단연 걷기다. 옥순봉 생태공원에서 측백나무 숲 전망대까지 1.9km 남짓 이어진 숲길은 굽이굽이 완만하게 이어져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숲길에 발을 들였다면 걸음은 최대한 늦춰야 한다. 아니 서두를 이유가 없다. 땀 흘려가며 정상까지 오를 필요도 없다. 이곳에선 자신이 걷고 싶은 만큼, 딱 그만큼만 걷고 돌아서면 된다.
![측백나무 숲길 / 사진=정철훈 기자](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11249/art_16389284430068_edeba8.jpg)
숲길 중간 중간 나무의자와 명상쉼터 같은 휴식공간을 꼼꼼히 마련해 둔 것 역시 쉬엄쉬엄 걸으며 측백나무의 기운을 찬찬히 느껴보라는 배려다. 걷기에 욕심이 난다면 측백나무 숲 전망대에서 등산로를 따라 두무산 정상까지 가 보는 것도 좋다.
길은 조금 가파르지만 두무산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풍경은 들인 발품을 몇 곱절로 되돌려 받은 기분이 들 정도로 장관이다. 두무산 전망대는 제천이 자랑하는 자드락길 6코스 ‘괴곡성벽길’이 지나는 구간이기도 하다.
측백나무 숲길을 원 없이 걸었다면, 이제는 측백나무체험에 나설 차례다. 측백나무 숲길이 시작되는 옥순봉 생태공원에는 측백나무를 테마로 꾸민 체험공간, ‘측백숲으로(www.측백숲.com)’가 있다.
![측백나무 오일을 이용한 천연비누 만들기 / 사진=정철훈 기자](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11249/art_16389285442182_e30cd5.jpg)
이곳의 대표 체험은 측백나무 오일을 이용한 천연비누 만들기다. 비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한데, 일단 깍둑 썬 비누 베이스를 스테인리스 비커에서 충분히 끓인 뒤 트레할로스와 네츄럴베타인이 함유된 보습제를 넣고 60℃ 정도까지 식혀주면 절반은 온 셈이다.
비누 베이스가 식는 동안 측백, 쪽, 치자, 파프리카, 청대, 소목 등 미리 준비해 둔 각기 다른 색의 천연가루와 식물성 에탄올을 혼합해 색소를 만든다. 비누 색을 결정할 천연색소는 하나 혹은 두세 가지의 가루를 취향 것 섞어 만들면 된다.
적당하게 식은 비누 베이스를 천연색소와 섞어 이를 비누 틀에 부어주면 천연비누 만들기가 마무리된다. 비누 베이스를 틀에 담을 때 식물성 에탄올을 조금씩 뿌려주면 완성된 비누에 거품 자국이 남지 않는다.
![측백나무 오일 족욕 / 사진=정철훈 기자](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11249/art_16389286301457_539930.jpg)
비누가 단단히 굳어가는 동안 측백나무 오일 족욕으로 여행의 피로를 푸는 것도 좋다. ‘측백숲으로’ 체험장에는 족욕을 위한 별도의 시설이 마련돼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편안히 족욕을 즐길 수 있다.
족욕을 하며 맛보는 구수한 측백나무 잎차도 매력적이다. 측백나무 오일 족욕은 20~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천연비누 만들기와 측백나무 오일 족욕 체험비용은 체험 당 1인 6천원이며 천연비누 만들기는 최소 2인부터 신청이 가능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옥순봉 생태공원 국궁장에서 진행되는 전통 활쏘기체험은 ‘측백숲으로’의 다크호스 같은 체험이다. 시위에 건 살을 당겨 20m 전방의 과녁을 맞추는, 어찌 보면 단순한 체험 같지만, 직접 활을 쏴 보면 그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전통 활쏘기 체험 / 사진=정철훈 기자](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11249/art_16389286958503_d16c87.jpg)
‘측백술으로’에서는 초보자들이 쉽게 활쏘기를 즐길 수 있도록 전문 궁사들이 사용하는 깍지(시위를 걸 수 있도록 엄지손가락에 착용하는 장비)를 제공하고 활줌통에 화살을 받칠 수 있도록 걸쇠도 설치했다. 덕분에 초보자들도 사대에 표시해둔 발의 위치 그리고 활줌통 쥔 팔목의 각도만 잘 조정하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20m 앞 과녁에 화살을 꽂을 수 있다.
체험에는 우리네 전통 활인 각궁 대신 개량 활을 사용하지만 시위를 떠난 살이 표적에 명중할 때의 짜릿함은 전문 궁사가 각궁으로 145m 앞 표적을 맞출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각궁은 쇠뿔과 대나무, 민어부레 등으로 만든다거나, 어떤 일의 맨 처음을 의미하는 ‘효시’가 전쟁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쏘아 올린 화살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등 체험에 앞서 전해듣는 각궁과 전통 활에 얽힌 이야기들도 흥미진진하다. 전통 활쏘기체험비용은 10발에 3천원, 20발에 5천원이다.
[ 경기신문 = 심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