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마이클 샌델 대담…"능력주의가 결국 불평등 심화"

2021.12.21 13:50:27 3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 주제로 화상 대담
마이클 샌델 'SKY캐슬', '오징어게임' 언급하며 공정과 불평등 이야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1일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 교수와 '공정'을 화두로 대담을 나눴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정동아트센터에서 샌델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를 주제로 화상 대담을 했다. 현장에는 사전에 모집된 15명의 '국민 참여단'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 후보는 인사말에서 "최근에 교수님께서 '공정하다는 것이 보기만큼 공정한가' 의문을 제기해주셨다"라며 "제가 대한민국 정치에서 고민하는 의제"라고 말했다.

 

이에 샌델 교수는 "기득권 계층이 자신들의 성공을 노력의 결과로 믿고 자만심을 갖는 것이 빈부격차 심화의 원인"이라며 "이런 현상을 제가 '공정하다는 착각'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샌델 교수는 드라마 'SKY캐슬'과 '오징어게임'을 언급하며 공정과 불평등 문제를 이어갔다.

 

샌델 교수는 "SKY캐슬은 굉장히 치열한 한국의 입시경쟁을 잘 보여주고, '오징어게임'은 능력주의의 엄청난 결함과 그 체제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주는 패배감을 잘 나타냈다"면서 "한국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생 중 상류층 자녀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현상을 언급하며 "능력주의는 결국 평등보다는 사회 전반의 불평등을 더 가져오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저성장 늪에 빠지면서 청년층은 기회 자체가 적어 경쟁이 전쟁이 되고 친구는 적이 되는 상황"이라면서 "그래서 공정성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고, 오로지 '시험 결과만으로 해야지 왜 소수자나 약자를 배려하느냐'는 생각까지 빠지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경쟁이 격화되면서 소수자와 취약층의 할당제를 폐지하자는 이야기가 많다.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면서 "힘든 곳은 더 많이 배려하고 더 짧은 곳은 길게 지원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이 후보는 샌델 교수의 아이디어 중 '차라리 추첨제도가 더 공정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많다"면서 구체적인 의견을 물었다.

 

샌델 교수는 "입시 추첨제는 더 공정한 입학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를 제안한 것은 명성 있는 대학에 입학한 것에 노력뿐 아니라 운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인지하게 해주고 싶어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대한민국 입시제도에도 교수님이 말씀하신 추첨 요소가 조금은 가미돼 있다"며 "소수점까지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등급제를 도입한 것은 추첨제가 가진 장점을 일부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평소 롤모델로 꼽아 온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노동자 권리 보장, 누진적 세제 도입 등 정책을 당시 기업가들의 능력주의와 맞선 사례로 언급하면서 "능력주의로 포장된 불공정이 앞으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듣고 싶다"고 질문했다.

 

이에 샌델 교수는 "굉장히 인상깊다"며 "정부가 새로운 뉴딜정책을 시행하고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생각은 현재 많은 민주주의 정치인이 고민하는 사안으로, 좋은 대안과 해결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기술훈련과 취업을 위한 지원을 늘리고, 대학에 입학하지 않고도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하는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존중하고 노동의 존엄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일반 노동자의 일자리를 어떻게 유지할지 고민하고 그들에게 적정수준의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배덕훈 기자 ]

배덕훈 기자 paladin703@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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