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고성(孤聲)] 보수의 품격

2022.01.25 06:00:00 13면


 

 

존 매케인(John S. McCain, 1936~2018) 상원의원은 미국인들이 가장 신뢰했던 정치인이다. 그는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베트남전쟁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 중 추락하는 바람에 체포되어 5년 반의 포로생활을 겪었다. 포로생활 중 그는 온갖 고문과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한 번도 굴하지 않았다. 특히 그의 아버진 잭 매케인이 태평양 사령관에 등극하자 베트남에서 홍보용으로 그의 석방을 주선했지만 먼저 포로가 된 순서대로 나가야 한다면 지옥으로부터의 탈출증을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매케인을 만든 것은 아버지의 품격이었다. 4성 장군으로 해군 제독인 아버지는 이미 3번의 참전 경험이 있는 미국 전쟁영웅이었다. 그는 태평양 사령관으로서 전쟁을 종식할 책임하에 북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시에 대한 대규모의 폭격을 계획하고 있었다. 무차별적인 폭탄투하는 도시 전체를 무덤으로 만들 수 있었고 아들 매케인 소령은 하노이시에 포로로 억류 중이었다. 매일 밤 아들이 있는 쪽을 향해 무릎 꿇고 기도하며 무사 귀환을 기다리던 아버지였지만 책임을 다하라는 양심의 명령을 택했다. 폭탄을 싣고 가는 B-52를 바라다보면서 말없이 눈물을 훔쳤을 아버지를 매케인은 기억했다.

 

“그것은 세상 어느 아버지도 할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아버지는 그것을 선택했다.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품격을 가진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당신께서 보여주신 모범은 내 양심의 기틀을 잡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존 매케인, 『사람의 품격』)

 

종전 후 정치권에 뛰어든 매케인은 올곧은 보수주의자의 길을 걸어 ‘워싱턴 포스트’지에서 “미국의 양심”으로 선정될 정도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2008년에는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에 대항하는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까지 지명되었지만, 오바마 바람으로 낙선했다. 낙선 이후 그는 공화당을 품격있는 보수의 정책정당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보수의 길이 어떤 길이어야 하는가를 품격으로 보여준 정치인이었다. 보수주의를 지탱시켜주는 품격인 양심과 책임감, 확고한 국가관과 자주정신 그리고 따듯한 공동체의식 등이 그가 지켜온 것들이었다.

 

3월 대선을 앞두고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후보가 과연 보수의 품격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을까. 고결한 인품은 고사하더라도 보수의 가치를 어떻게 수준 있게 표출하고 있는지 말이다. … 안타깝게도 그런 면은 찾아볼 수가 없다. 가벼운 단순함과 헤아릴 수 없는 무지함의 언어들이 난무하더니 급기야는 무속인들에 의지하는 듯한 해괴함에 오만하기까지 한 모습을 보인다. 에드먼드 버크(E. Burke)에 의해 창안된 보수주의(Conservertism)는 전통적 가치를 지키면서 장점이 확인된 것들로 점진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했다. 과연 우리의 보수 후보에게 변화의 품격이 있는가 아니면 오로지 반대와 보복의 치졸함이 넘치는가를 판단하는 것은 또 국민의 몫이 되었다.

임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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