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보약] 건강한 마음을 위한 영양소의 힘

2022.02.11 06:00:00 13면

 

 

어릴 때 나는 아침마다 밥 먹기가 힘들었다. 어머니는 그런 나에게 정성껏 차린 건강음식을 강력하게 압박해 먹이셨다. 아침식사 끝에는 노란콩을 갓 삶아 식혀서 믹서에 갈아주시는 두유, 생토마토를 금방 간 토마토 주스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인스턴트, 화학첨가물이든 재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으셨다. 뇌와 장건강에 좋은 천연재료의 한식으로 가득 채워 밥상을 차려주셨다. 그 영양 가득한 음식들이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을 든든하게 지탱해 준 것을 그때의 나는 전혀 몰랐다. 맛있는 라면이나 화려한 기름진 빵과 과자들이 장바구니에 없다고 서운해하며 입이 쑥 나왔을 따름이었다.

 

거의 그 후 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진료실에서 그때의 나와 같은 이들을 만난다.

 

그 아이는 빵을 좋아하기도 하고 멋진 빵을 곧잘 만든다. 라면을 좋아하는 불닭볶음면 마니아기도 하다. 식사는 코로나 19가 시작되고는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다. 과일과 야채는 거의 안 먹는다. 아이는 몇 년 전에 친한 친구가 함부로 대해서 속상한 것을 혼자서 견디다가 힘들어 죽고 싶어졌다. 우울증 진단을 받고 학교를 그만두었고 양약치료와 상담치료를 시작하였다, 많이 호전되어 최근 복학했는데 친구들과 친해지기 어려웠고 체력도 역부족이었다. 불안과 우울에 잠을 못 자게 되었고 약처방이 늘었다. 새로운 처방에도 밤새 한숨도 못 자고 몸이 너무 힘들어졌다. ‘안되겠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 싶어 왔어요’ 아이와 같이 온 엄마가 말한다.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는 기분을 조절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기초재료가 된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의 활성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영양소는 이러한 기전에서 유전자가 잘 기능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후지카와 토쿠미는 (분자영양학에 따른 치료 증례집)에서 질적인 영양실조를 말한다. 이 사례집에는 영양실조를 교정하여 우울증, 공황장애 등이 치료된 여러 사례들을 보여준다, 당질 과다, 단백질 부족, 비타민 부족, 철분을 비롯한 미네랄 부족, 지방산 부족으로 정신질환이 발생한 이들을 진단, 교정하여 치료된 사례들이다.

 

미국의 윌리엄 J. 월시 박사는 그의 책 『영양소의 힘』에서 정신질환 사례연구를 토대로 영양소 요법을 제안한다. 그는 ‘같은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환자라도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상태에 따라서 5가지 생체형으로 나뉘어진다. 각 생체형은 영양소의 불균형이 다르기에 영양요법도 달라진다’한다. 셰익스피어가 “어떤 사람의 고기는 다른 사람의 독이다”라고 한 것처럼 영양소도 개인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종류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다양한 관점과 방법이 있다. 그중 영양소는 가장 기초가 되면서 중요한데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모르는 경우를 많이 본다. 한약치료가 효과적이지만 영양이 기초가 되지 않으면 치료 속도가 느리고 지속되기 어렵다.

 

잘 먹어야 산다. 약식동원의 지혜는 여전히 유효하다.

 

배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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