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금의 시선] 여성은 꽃 인가(1)

2022.03.02 06:00:00 13면

 

 

神은 세상 모든 만물을 주관할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 그리고 창조한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꽃을 주었다. 꽃이라 이름 불러주기 전에는 몸짓에 불과했으나 알맞게 불러 줌으로써 무엇이 된다. 흔들리며 피는 꽃도 있고 이름을 불러줌으로 꽃이 되기도 한다. 이것을 생물학적 성(性)과 사회학적 성(性)으로 구분하면 젠더(gender), 섹스(sex)가 된다. 둘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불러내고 응답함으로써 완전한 무엇을 이룰 수 있다. 이러한 균형이 깨지면 갈등이 생기고 권력과 힘에 의한 폭력이 생기는 것이다.

 

여성은 꽃 인가?라고 물으면 남북한 사람들은 서로 다르게 말할 것이다. 남쪽사람은 ‘빵과 장미’ 아니면 다른 무엇일 것이다. 북쪽출신인 나는 노랫말 가사를 생각한다. 여자의 마음을 알 수 없을 때 남쪽남자는 ‘너 나와 친구할래, 아니면 남자할래’고 물음으로써 자신이 남자임을 확인시킨다. 북쪽남자는 무엇이라고 할까. ‘너 나와 동무할래 아니면 오빠할래’고 하여 자신을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근접시킨다. 연애하는 과정에도 오빠가 아니라 동무라고 하기도 한다. 동지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고 동무는 친구이다. 동지라는 말보다 동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동무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단계에 이르면 오빠가 되고 결혼하면 누구 아버지, 누구 어머니가 된다.

 

꽃으로 한창 피어나는 이십대는 책장에 종이를 뜯어 봉투를 만들어 밥풀에 붙여서 연애편지를 썼다. 남자가 군에 입대하면 연애할 수 없기 때문에 숨겨가면서 몰래 썼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떨림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지만 결혼 전에 누구와 손목이라도 잡거나 연애한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흠이 되는 따위의 이미지를 가뿐히 넘겼다. 그러나 가볍게 만나고 헤어지는 만남은 사회의 지탄을 받으므로 조신하게 행동하려 했다. 사람 사는 곳이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남쪽에도 있을법한 외도, 삼각관계 권력에 의한 성폭력은 어디에도 있다. 드물게는 강간으로 법적 처벌을 받기도 한다.

 

성(性)을 인식하게 된 것은 두만강 건너서다. 성폭력, 성차별, 성인식, 성교육은 처음 듣는 단어다. 드라마나 영화에 넘쳐나는 남녀관계의 가벼움, 새롭고 신선한 성(性) 문화에 빠져버리고 싶은 유혹이 강하게 밀려온다. 그리고 옆에서 부추기는 사람도 있다. 자칫하면 자유함으로 더욱 고통받을 수 있는 성(性)의 무지에 노출된다. 준비되지 않은 결혼으로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은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누구를 어떻게 만나는가에 따라 출발선이 다르다.

 

여성은 꽃인가. 빛깔과 향기에 응답되었을 때에 비로소 꽃이 된다. 그것은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도 속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된다. 섹스(sex)만 있는 생물학적 사랑은 성문화에 취약한 여성에게 폭력으로 된다. 나 또한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으니 순수했던 이십대 사랑만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기억한다.

위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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