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훈의 백령단상 - 괭이갈매기의 생태와 시사점

2022.03.16 08:39:18 14면

 백령도 북쪽 마을, 관창동. 과거 관청에서 세웠던 창고가 있었다고 하여 부르는 이름이다. 행정구역상 백령면 진촌4리이며, 북한과 가장 인접한 마을이다. 필자는 인근 지역에 살며 평소 괭이갈매기에 관심을 가졌고, 그 결과 자료와 미디어 매체를 통해 학습한 갈매기 생태를 통해 몇 가지 교훈을 얻고자 한다.

 

매년 4월 중순에서 4월 말, 겨우내 사라졌던 괭이갈매기가 한두 마리씩 모여들며 만입(灣入)된 안락한 해안 지형을 택해 무리를 이뤄 장관을 연출한다. 끊임없이 울어대는 소음공해 수준의 울음소리와 함께 새들은 그들만의 의식으로 몇 시간에 걸쳐 관창동 일대를 순회하며 도착 비행을 한다.

 

주민들은 갈매기로 인한 농작물 피해 때문에 반기기는커녕 걱정이 앞선다. 심지어 관창동 마을에는 이들을 쫒기 위해 솟대를 줄지어 세워 놓거나 철책 안으로 갈매기 사체를 걸어 놓은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괭이갈매기! 수명은 최대 30년 정도, 그들은 도착 비행 의식을 통해 옛 둥지에 찾아간다. 최대 10년 간 같은 집을 사용하는 예도 있다. 괭이갈매기에게 둥지의 높이와 위치는 매우 중요하며, 둥지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싸움을 하기도 한다.

 

고양의 울음소리를 닮았다고 이름 붙여진 괭이갈매기. 이 새의 특징은 부리의 위아래에 있는 붉은색 띠. 재갈매기는 아래쪽 부리에만 붉은색 띠가 있다.

 

5월, 괭이갈매기는 짝짓기 철이다. 새롭게 몸단장을 하기에 1년 중 가장 아름답다. 암컷은 수컷에게 먹이를 달라고 조르듯 구애하며, 수컷은 못이기는 척하지만 먹이 사냥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임을 알아챈다.

 

이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인데, 마침내 사랑으로 포장된 사냥 먹잇감은 암컷에게 전달되고 서로 부부가 됨을 확인한다. 이들은 1부 1처제를 이루며 알은 1~3개를 낳는다.

 

이처럼 군무활동을 하는 관창동 해안가는 괭이갈매기의 아파트촌인 셈이다. 두 마리는 부부가 되면서 둥지와 주변의 영역을 철저하게 지키며, 침입자에 대해서는 새끼나 어른을 가리지 않고 날카로운 부리를 앞세워 무차별 응징을 한다. 둥지를 지키려는 본능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긴 울음을 터뜨린다. 울음으로 영역을 표시하는 셈이다. 알을 품은 지 25일이 되면 부화가 이뤄진다. 부화가 임박하면 예민해지며, 알 품기 막바지에 이르러 공격성은 최고조에 이른다.

눈과 부리가 호전적 모습을 띠며, 심지어 사람을 위협하기도 한다. 부화 후 새끼는 고난과 생사의 길목에 직면하게 되는데, 새끼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무분별한 이웃 둥지 영역의 침범이다. 무차별 공격을 받아 죽음에 직면하는 일이 다반사다.

 

따라서 새끼의 가장 중요한 생존 덕목은 어미의 목소리를 식별해야 하며, 보통 부화 후 4일 정도면 가능하다. 어미는 적자생존에서 살아남는 새끼를 선택하며, 식욕이 왕성해 덩치가 큰 새끼를 선호하게 되는데 이 대상은 주로 수컷이다. 이 세계의 강한 자는 힘센 자가 아닌 살아남는 자이다.

 

바다를 무대로 살아가는 바다새이지만 잠수 능력이 좋은 가마우지에 비하면 사냥 능력은 제로에 가깝다. 그래서 괭이갈매기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 곁을 서성이며 먹이를 포착하고, 성장 과정에서 강한 자만 남았다. 이렇듯 집단생활의 엄격함과 태풍 등 험난한 자연의 시련을 극복하며 살아남았기에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다.

 

괭이갈매기의 생존 본능처럼 학생들은 시련에 맞서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자신의 역량을 키워가는 미래의 동량(棟梁)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그리고, 대략 한 달 후면 백령도 관창동에서 펼쳐질 괭이갈매기의 군무, 이들의 생태와 생존의 룰을 탐구할 청출어람의 제자가 나타나길 바란다. 백령도 주제는 백령도 학생이 뜻을 같이할 때 제격이고,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교학상장의 교육이 실현되길 바란다./ 김석훈 백령중고 교감·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

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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