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젠더 갈등과 페미니즘 토론이 뜨겁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이슈의 논란에 기성세대와 청년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여성가족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 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반대쪽에서는 해결되지 않는 성차별, 성폭행 등을 이유로 들면서 대안도 없이 폐지하려 한다고 날 선 토론을 했다. 여성으로 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전자의 주장 또한 일리가 있다. 젠더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활동들이 소명을 다했다면 어떤 시대적 소명으로 여성들을 불러낼 것인가. 여성의 사회적 참여문제, 현존한 성폭력, 성추행, 인구절벽 등 여성문제가 정치의 쟁점이 된다.
여성이 무엇이기에 정치적인 논쟁이 되는 가? 인류의 보존에는 여성역할이 크다. 냉동된 정자가 아무리 많아도 여성의 몸을 빌리지 않고는 이 세상에 올 수가 없다. 그럼에도 신체구조상 강한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질서가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역할들을 억압했다. 파괴적인 남성들은 전쟁을 일으키고 보호본능이 강한 여성들은 그것을 방지한다. 그래서 가산점을 주고서라도 부처에 여성비율을 높이려는 이유이다. 밥상도 같이 못했던 남녀가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는다고 평등하게 되었다고 하지 않는다. 한부모가족, 성폭력 피해자들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생물학적 특성을 간과하여 여성을 남성화하여 여성문제를 주장하면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여성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가 사회를 성숙하게 만들기 때문에 정치적 논쟁이 필요한 때이다.
고향 북쪽에서 여성이 정치적 이슈가 되는 가? 정치 그 자체이다. 세상의 절반인 여성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정책이다. 여성은 생활에서, 사회에서, 국가에 충실한 아들딸들을 키워야하는 의무를 지워 놓는다. 어버이날은 없어도 어머니날이 있고 여성의 날인 3.8절은 당연히 빨간날로 해방이후부터 줄기차게 기념해온 휴일이다. 당도 어머니 당이라고 부르고 아이를 많이 낳으면 모성 영웅 칭호를 받는다.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역사의 한쪽 수레바퀴를 끌어야 한다는 소명이 주어진다. 여성이 남성과 동지라는 의식은 있어도 양성평등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무거운 가정일과 아이를 양육하고 국가에서 요구하는 정치행사에도 잘 참가해야하는 슈퍼우먼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북쪽의 여성들은 강하다.
고난의 행군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시장을 개척해온 것이 바로 여성들이다. 자신보다 무거운 등짐을 지고 다니면서 아들딸을 키웠다. 장마당에서 물건을 파는 요령을 터득했고 대용식품을 만들어 가족을 먹여 살렸다. 그것도 부족해서 국경을 넘었다. 강물에 휩쓸릴 때는 아들을 먼저 밀어 보내고 자신을 희생했다. 남쪽에 와서도 가족을 데려오려고 별의별 험한 일을 다 한다.
남한에 입국한 사람의 80%는 여성이다. 가족과 생이별을 하거나 입국하기까지 원하지 않은 결혼으로 한부모가 되거나 무의무탁으로 독신이 된 여성들이 많다. 서울의 중심에서 아사로 사망한 한성옥모자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의 무관심은 이들을 극단의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탈북여성에게도 빵과 장미가 필요하다. 여성이슈의 정치화에 탈북여성문제도 토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