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나는 믿는다!

2022.03.30 06:00:00 13면

 

한동안 마주하지도 못한 채 이취임식을 치러야 할 것 같은 대통령과 당선자가 대선 19일 만에 만났다. 청와대 여민관 앞까지 마중나와 윤석열 당선자를 안내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안쓰러웠다. 집을 넘겨주려 하는데 새로 들어올 사람은 “청와대는 제왕적 권력의 상징으로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는 판이니 짧은 안내조차 얼마나 공허한 몸짓이란 말인가? 국민과 소통을 위해 국방부 요새로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희대의 권력교체기를 보면서 나는 마음을 토닥였다. “놀라지 말아라. 앞으로 기상천외한 일이 잦을 것이니..”

 

대통령선거를 치르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무리 언론들이 기득권동맹의 한 축이 되어 검찰쿠데타를 응원하더라도 살아있는 권력을 탄핵하고 촛불혁명을 완수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집단지성은 결국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선거운동기간 동안 웬만한 후보라면 집중포화를 맞았을 최저임금 폐지발언, 주120시간 발언, 선제타격론 등 핵폭탄급 실언들이 무수히 반복되면서 막연한 정권교체 바람도 수그러들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 마음을 담금질해야 했다. 때로 세상은 결코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음을.. 3월 10일 새벽, 검찰쿠데타의 완성을 지켜보면서 그렇게 나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의 심장이 되어야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검찰지상주의자가 대통령이 되었다. 더 이상 말을 해 무엇하랴. 검찰을 통제하는 민정수석도, 공수처도 필요없다고 한다. 법에 정해진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도 인정하지 않겠단다. 인사검증도 검찰이나 경찰의 손을 빌면 된다고 한다. 그럼 남는 것은 무소불위의 검찰독재 밖에 남지 않는다. 당선자가 보기에 검찰조직만이 가장 믿을만하고 국가에 헌신하는 조직이다. 이제 검찰은 과거 군부와 안기부, 경찰을 합한 조직이 되었다.

 

당선자를 맞이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서 아쉽기 이를 데 없었다. 나는 철인(哲人)에 가까운 그의 삶과 인품을 존경했다. 우직한 뚝심과 사람을 끌어들이는 그의 선한 매력에 푹 빠졌더랬다. 그러나 문통은 유능한 정치지도자는 아니었다. 가장 정치적인 위치인 대통령 자리에 누구보다 비정치적인 사람이 불려나온 꼴이었다. 고매한 품성의 관념적 자유주의자! 윤석열을 총장에 임명할 때 나는 SNS에 “윤석열의 의 칼끝이 적폐를 향할지, 자신을 임명한 개혁정부를 겨눌지 걱정스럽다. 검찰조직의 충실한 수호자로서만 기능한다면 또 다른 재앙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적었었다. 그래도 대통령의 선택이 옳았기를 기도했다. 내가 모르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겠지.. 하지만 그런 구석은 없었다. 조국사태를 보면서 “이것은 검찰발 쿠데타다.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 때문에 현정권에 탄압받고 쫓겨나기를 원한다”싶었다. 


시간이 지나면 문재인 대통령의 성과와 한계도 냉정히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의 장단점은 상황에 따라 빛과 그림자로 뒤바뀐다. 좋게 보면 우직한 것이 때로는 굼뜨고 고집스레 보이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평가는 한 템포 쉬어가야 할 때인 듯하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3년 전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한 검찰총장을 후임 대통령으로 마주하는 날, 검찰은 3년간 묵혀놓았던 탈원전정책 관련 수사를 한답시고 산업통상자원부를 압수수색했다. 퇴임 후 양산 사저에서 잊혀진 사람으로 남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이제 막 취임할 윤석열 당선자는 장차 두 개의 높은 산을 넘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박빙의 선거를 만들어내고 걸출한 야권지도자로 떠오른 이재명 후보, 다른 하나는 대통령 당선자를 능가하는 지지율을 가진 퇴임 대통령이다. 역설적으로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치세가 잘못된 것으로 분칠이 되어야만 차기정권의 통치가 상대적 정당성을 갖게 된다. 또 위협적인 미래권력으로 떠오른 경쟁자를 허물어야 차기 권력이 안정된다. 돌이켜보면 과거 이명박 정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과정도 퇴임한 전 대통령의 국민적 지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은 전임 노무현 정권이 청와대 컴퓨터를 죄다 지우고 갔다고 악선동을 해댔다. 따져보니 암호문제에 불과했던 것을 말이다. 나중엔 대통령기록물을 훔쳐갔다고도 했다. 치졸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당분간 윤석열 정권도 전임 대통령인 문재인을 깎아내리고 모욕주는데 여념할 기세다. 여기에 보수언론은 다시 예의 사냥대형을 꾸릴 것이다.  벌써 김정숙 여사를 사치로 악명높았던 필리핀의 이멜다 여사에 빗대어 ‘김멜다’라 칭하며 비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결코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표창장 하나로 조국가족을 생매장한 검찰과 보수언론이다. 


나는 앞으로 문재인과 이재명을 지키는 싸움은 곧 검찰공화국에서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싸움이라고 믿는다. 역사속에서 한걸음 나아가는 진보는 늘 힘들고 더디다. 연어처럼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일어난 모든 일은 잘된 일이었다. 생각해보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대한민국은 박정희의 유산을 이 정도라도 극복해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검찰공화국의 등장은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킬 것이다.


나는 믿는다. 이번 선거는 부동산바람을 지렛대 삼아 보수언론이 다한 선거였다. 허나 스스로 언론이 되고자했던 숱한 깨시민들이 유사이래 최악의 기울어진 언론을 딛고 일방적일거라던 선거지형을 이만큼이라도 바꾸어냈다. 모든 위기에는 기회가 숨어있다. 검찰공화국이 도래했다는 것은 거꾸로 검찰자체가 기득권의 몸통이자 적폐의 본산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반증이다. 쿠데타에 허니문은 없다. 무소불위의 검찰권이라는 탱크앞을 각성된 시민들이 끝내는 막아설 것임을  나는 믿고 또 믿는다. 여기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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