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핀셋 조정'이냐 '리턴'이냐…협의체서 논의 이어갈 듯

2022.04.11 07:50:17

경찰 수사종결권 관련 규정 개정수위에 촉각…'검수완박', 새 변수로 급부상

 

 

새 정부에서 수사권을 조정하는 폭이 얼마나 될지에 검경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현행 수사권 체계를 손질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수사권 조정의 향방은 더욱 종잡기 어려워지고 있다.

 

핵심 쟁점은 경찰이 사건 수사를 직접 마무리할 수 있는 수사종결권을 현행 그대로 둘지, 검찰이 더 관여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할지의 문제다.

 

수사종결권은 현 정부에서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통해 어렵사리 얻어낸 결과물이지만,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이라도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부당하게 사건이 묻히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을 윤 당선인은 갖고 있다.

 

현행 체계에서 검찰의 보완수사 요건 등을 가다듬는 핀셋 조정을 할지, '과거로의 회귀'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의 대대적인 재조정을 해야할지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런 흐름과 반대로 검찰의 수사권한을 아예 없애자는 민주당의 입법 추진 기류까지 더해지자 검경은 논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검경 협의체에서 논의 구체화할 듯…수사종결권 어디까지 손댈까

 

1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처럼 향방을 예측하기 힘든 수사권 조정 논의는 검찰과 경찰 양측이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구체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각론까지 마련하기보다는 '책임수사 구현'이라는 원론적 방향을 제시하고, 협상은 검경 협의체에서 하도록 하는 방식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책임수사는 현행 수사권 구조에서는 사건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지는 문제를 해소하자는 취지를 담은 말이다. 이해관계자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긴 하지만 보완수사든 재수사든 기본적으로 경찰이 또 수사를 하게 되는데, 이런 구조로는 '사건 떠넘기기'가 끊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고소·고발인 등 사건의 이해관계자가 이의신청을 한 경우 검사가 직접 해당 사건을 보완수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세부조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유연한 자세로 협상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송치를 요구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은 수사종결권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인수위 단계에서는 검경이 협의체를 만들라고 주문하는 정도로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면서 "검찰과 협의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과 직접 협의하게 되면 결렬될 가능성이 크고, 이후 법무부로까지 공이 넘어가면 더욱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 내부 분위기다.

 

특히 법무부가 검경의 각 부령을 바꿔 보완수사 대상이 되는 항목 정도를 수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통령령인 관련 수사준칙까지 개정하려고 하면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경찰은 내다보고 있다.

 

◇ 전문가들 "국민 편익 관점서 논의 필요"…검수완박 추진기류, 변수 작용

 

전문가들은 수사권 조정 후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수사 지연 문제 등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과정은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국민 편익 관점에서 논의돼야지 검경 대립 양상으로 흘러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검경이 수사 협조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권한을 갖고 다툴 때는 다투더라도 조정이 끝난 후에는 협력해야 하는데 어느 쪽도 그 작업을 서두르지 않았다"며 "지금은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면서 몇 년 더 지켜볼 때"라고 지적했다.

 

수사종결권 등의 쟁점을 어떻게 세부조정할지를 둘러싸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차가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 이의신청 시 검사가 보완수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절실하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수사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일반 수사는 경찰이 해야겠지만 검경이 다 자유롭게 소신껏 수사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수사준칙을 개정해 인지수사도 하게 하면 수사권 조정 취지가 상실된다. 검찰은 공소에 집중하고 직접 수사를 가급적 하지 않는 게 국제 규범에도 맞다"며 "경찰이 눈치 보지 않고 수사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고위공직자 수사 등을 포함해 모든 범죄 혐의가 있는 사건에 대해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모두에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 형사소송법에도 수사 기준에 구분이 없다"며 "윤 당선인 측도 이런 방향을 정한 것 같은데 현실적 방안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처럼 세부조정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혼재하는 것과 별개로 검찰의 직접수사 자체를 폐지하는 입법 추진 기류가 민주당 내에 있다는 점은 수사권 조정 논의의 또 다른 변수가 된다.

 

민주당은 검찰 개혁을 완성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형소법·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검수완박'을 추진하기로 하되, 개정 시기를 언제로 할지를 두고 다음 주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오수 검찰총장을 위시한 검찰 조직이 공식적으로 '검수완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반발하는 상황이어서 검경 수사권 체계를 개편하는 움직임은 그 방향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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