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훈의 대청 단상 - 대청진(大靑鎭)과 대청진장선생안(大靑鎭長先生案)

2022.04.11 09:41:35 14면

 대청도(大靑島), 이 섬은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소청도를 경유해 종착항인 백령도 용기포에 도착하기 전에 두 번째 닿는 작은 섬이다. 소대백령 대청군도의 3개 섬은 역사적 지리적 관점에서 같은 문화권을 이뤘다.

 

특히 대청도는 역사적으로 긴 기간 황해도 장연군 백령면에 소속돼 왔으며 1974년 7월 1일 ‘대청면’으로 승격돼 독자적 행정구역을 갖게 됐다. 한편 백령도와 별개의 소속을 가졌던 역사적 사례가 있으니 눈여겨볼 일이며 대청진 설치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 대청진의 설치 시기와 배경

18세기 중국 어선이 해적으로 빈번하게 출몰하자 대청도의 군사적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방어를 위한 건의가 있었고, 1793년(정조17) 좌참찬 정민시(鄭敏始)가 주민을 입주시켜 토지를 경작하게 하자고 건의함에 따라 황해도 수사에게 현지를 조사시켰고 그 보고서가 진상된다. 따라서 그 해에 대청도에 둔(屯, 군사시설)을 설치하고 별장(別將)을 두었지만 대청도 개간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고 대청도민의 출도 희망, 해적 출몰 등 여러 요인이 겹쳐 1799년(정조23)에서야 건의가 착수된다.

 

‘만기요람’(軍政 海防編, 1808)은 ‘정민시의 건의로 대청도와 소청도에 각각 둔을 설치해 임시로 별장을 두고 양도에 진장을 임명토록 해 당해 수원부의 장교 중에서 1년씩 교대로 감독자를 임명하고, 해산물과 농민들의 이익을 거두어 본둔(本屯)에 급료로 지출하고, 해마다 정철(正鐵) 500근을 세(稅)로 바쳐 수선하는데 보충하게 했다’라고 기록했다.

 

이렇듯 1799년에 대청도와 소청도를 수원부(화성)에 소속케 했다는 것은 위치상 이례적으로 보이며, 새로 건설된 화성의 위상을 높이고 서해 방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청도에는 그동안 백령도에만 있던 군사시설인 ‘진(鎭)’을 설치했으니 이름해 ‘대청진(大靑鎭)’이요, 대청진의 우두머리인 ‘진장(鎭長)’을 1년마다 교대로 임명했던 것이다. 또 대청진의 소속이 황해도 장연이 아닌 ‘경기도 수원부’였기에 역사적으로 백령도와 다른 별개의 행정구역을 갖게 된 것이다.

▶ 대청진장의 명단 목록, ‘대청진장선생안(大靑鎭長先生案)’

‘대청진장선생안’은 1년마다 임명된 역대 진장의 명단을 정리한 역사적 자료다. 이 자료는 대청도에 1861년 제64대 대청진장으로 부임한 임지형(林芝馨. 僉正 종4품)이 부임 초부터 도서 방어와 함께 그동안 생활고에 허덕인 백성들의 생계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이전의 진장들이 하지 못한 진 체제를 강화해 정상으로 만들었다.

 

또 진의 역대 진장들이 거쳐 간 행적이 없음을 통감하고 주민 백일휘(白日暉)의 협조를 얻어 대청진의 연혁이자 명단 목록인 ‘대청도진장선생안’을 만들었다. 초대 진장 김익희부터 95대 엄순영 진장까지 기록됐으며, 엄순영 진장은 절충장군(折衝將軍)으로 임진(壬辰, 1892) 7월에 부임해 계사(癸巳, 1893) 7월 관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기록돼 대청진의 마지막 진장임을 알 수 있다.

 

이같이 대청도와 소청도의 진(鎭)은 유지되다가 1894년(갑오개혁)에 폐지되면서 도장(島長) 체제로 바뀌었고, 대청도는 수원부에서 장연부 백령면 소속으로 환원됐다.

 

이 고장 향토사에 관심이 많았던 한학자 조임춘(趙林春)은 이 ‘대청도진장선생안’이 소중한 책자임을 알고 소장해 왔다. 이 자료는 증손자인 조휘성까지 이어져 보관하고 있다가 귀중한 향토 사료로 알려지게 됐다. 향후 소중한 역사적 자료는 관련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기증 혹은 매입 등의 방법을 통해 보관에 따른 훼손 방지는 물론 시민들에게 널리 알렸으면 한다./ 김석훈 백령중고 교감·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 

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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