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종의 '생명'] 개혁 없는 혁명은 없다

2022.04.22 06:00:00 13면

 

검찰 개혁을 위한 민형배 의원의 결단을 두고 말이 많다. 무소불위 권력을 지닌 검찰 정상화의 국회 입법 진행을 위해 탈당이라는 과감하고도 통 큰 선택이다. 개혁을 바라지 않는 이들은 꼼수, 무리수, 혹은 위장 탈당 등 각종 표현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반면 개혁을 원하는 이들은 얼마 남지 않는 국회 시간을 염두에 둔 결기 찬 결정으로 본다.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개혁은 늘 있었다. 대표적인 개혁인 종교개혁이나 미국 노예 해방운동을 보면, 전자는 당시 비리가 심했던 구교로부터 많은 희생 속에 기독교의 전면적 재구성을 통해 개신교가 등장한 과정이었고, 후자는 남북 간 첨예한 의견 대립 속에 전쟁 형태로 진행되었다. 국내의 130여 년 전에 있었던 동학 농민운동 역시 당시 혁명에 가까운 사회 개혁 운동이었다. 

 

혁명은 특정 분야의 부분적 개혁으로는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발생한다. 혁명은 사회 전반의 개혁을 요구하며, 혁명 주체가 대중의 응축된 개혁 요구에 상응하는 개혁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실패로 끝난다. 무혈 정권 교체를 이뤄냄으로써 광화문 촛불은 혁명성을 인정받았지만, 아쉽게도 새 정권은 촛불이 요구한 개혁을 하지 못했다. 혁명 정부답게 적폐 청산의 이름으로 사회 전반에 누적된 기득권 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형태로 진행시켜야 했으나, 집권 초기 과반을 넘긴 야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대부분 좌절을 겪었다

.

물론 이를 인지한 시민들은 또다시 뭉쳐 지난 21대 총선에서 여당 의석을 180석 가까이 확보해 혁명의 완수를 기대했지만, 결국 촛불 혁명 정부와 다수 여당이었어도 살아 있는 강고한 적폐 세력의 저항은 개혁을 담당한 여당 내부에도 작동하고 있어 점차 개혁 없는 혁명 형태로 자리 잡은 셈이다. 촛불 정부의 검찰 개혁 시도만 보아도 오히려 검찰의 공공연한 권력 남용과 인권 말살은 물론, 상급자나 임명권자에게마저 들이대는 노골적 저항을 보였고, 적폐 청산은커녕 결국 정권마저 검찰 수장에게 넘겨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의해 촛불 무혈 혁명은 실패한 셈이다. 촛불을 들어 정권을 교체한 시민들은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는 혁명이 과연 무엇을 위한 혁명이었는가 묻게 되는 상황이 되었고, 이는 오롯이 집권 여당의 책임이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기득권 세력에 대한 철저한 척결이 배제된 무혈 혁명이 지닌 태생적 특성에 의해 촛불 혁명 후에도 기존 적폐 세력은 여전히 활발하게 작동한다. 이것은 세계 최초라는 무혈 혁명이 지닌 태생적 문제점으로서, 기존 세력의 척결 없이 이룰 수 있는 혁명의 한계일 수 있다. 혁명을 이뤘다고 축배를 들 수 없는 것이 무혈 혁명인 셈이다.

 

혁명이나 개혁은 기존 틀 안에서의 개선과 달리 기존의 통상적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기존 세력의 저항이 있기에 미국 남북전쟁처럼 때로는 전쟁까지도 요구된다. 여당의 개혁을 위한 시도는 적폐 세력으로부터 비정상 수단이자 방법이라는 형태로 비난받겠지만, 개혁을 위한 시도는 본디 그러하다. 기존 평상시의 방법으로 개혁은 이뤄지지 않는다. 민형배 의원의 탈당이라는 선택은 이 맥락에 있다. 지난 21대 총선 이후 국민이 기대했던 여당 지도부의 뒤늦은 의지와 결기이자, 촛불 시민의 마지막 개혁 의지를 담고 있다

우희종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