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마지막 매듭을 풀고 가야 한다

2022.04.28 06:00:00 13면

 

5년의 임기를 거의 마쳐가는 대통령의 얼굴은 부어 보였고 표정은 굳어있었다. 역대급 임기말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통령은 마지막 대담에서 하얗게 불태우고 재만 남은 신갈나무 그루터기처럼 보였다. 그는 때로는 짙은 아쉬움과 회한을 비치기도 하였고 한편으론 작심한 듯 세간의 비판에 항변하고 깊은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나는 대담을 보면서 분노를 억누르며 말하고 있음직한 대통령의 항변과 우려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스스로 아이러니라 언급했던 야당후보로 변신한 검찰총장의 당선! 곧바로 숱한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벌이는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기행들, 또 차기정권 각료인선에서 불거지는 목불인견의 잡음들을 지켜보는 대통령의 마음은 어떠할까? 탄핵이란 폐허를 딛고 애써 쌓아 올린 대한민국이란 공든 탑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밤잠을 이루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나를 안타깝게 만든 것은 정작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패인을 묻는 질문에서 “나는 한번도 링 위에 올라가 본 적이 없다”는 대목이었다. 아니.. 선거는 힘을 모아 교대로 싸워야 하는 태그매치였다. 야당은 합종연횡으로 태그매치 상대까지 바꿔가며 링에 오르는데 여당은 현직 대통령이 링을 떠나버렸으니 낭패스런 상황이었다. 여당의 패인이 문대통령 때문만이 아닌 것은 맞다. 허나 정치의 최정점에 위치한 대통령의 입장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음을 방패로 삼아서는 안된다. 싸워야 할 때 링을 오르지 않은 것도 대통령의 선택이었다. 

 

나는 이 시점에서 문대통령의 회고를 말꼬리 잡고 탓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지금 그의 초췌한 얼굴이 증명하듯 불철주야 일하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든 크나큰 공은 그 무엇으로도 부정할 수 없다. 그는 전쟁위기와 코로나를 극복한 대통령이며, 대한민국을 명실상부한 선진국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사람이다. 더러 국민들은 문대통령에게 유사이래 최대의 국회의석에 압도적 지방권력까지 몰빵 해주었음에도 제대로 된 개혁을 해내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조국사태 이후 보수언론과 검찰에는 무제한의 자유를 허용하며 검란을 방치했고 개혁에 앞장선 장수들만 멸문지화의 난을 당하게 만들었다고도 비판한다. 허나 나는 문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며칠 동안이라도 대통령권을 제대로 행사하기만 한다면 그런 것은 문대통령의 오류가 아니라 한계일 뿐이라 이해할 수 있겠다.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먼 문대통령에게는 마지막 사면권이 남아있다. 관례적으로 사월초파일(5월8일) 석탄일에 자비의 대사면이 이루어진다. 나는 이때 수사권과 기소권 독점폐해의 대표사례로 거론되는 정경심 교수를 사면해야 한다고 믿는다. 조민 씨 봉사시간 72시간을 96시간으로 만들었다는 이유와 표창장이 허위라는 죄목에 대한 벌치곤 가혹한 사법살인에 다름없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마찬가지다. 범죄자의 진술만으로 유력한 민선단체장이 당선무효도 모자라 영어의 몸이 되어있다.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구시대적 유물인 국가보안법의 희생자 이석기 전 의원도 아직 사면복권되지 않았다. 시대가 만든 정치적 희생물이 된 개인의 고통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 이를 끝낼 사람은 대통령 밖에 없다. 나는 문대통령이 마지막 권한으로 매듭을 풀고 가야 한다고 믿는다. 이것이 내가 문대통령께 간절히 바라는 마지막 단 하나의 바람이다. 


대통령이시여. 결단하소서~!!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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