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의 오월은 가정의 달로 분주하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어 부모자식간 사랑을 확인하는 달이다. 양로원을 찾아가 꽃을 달아준다거나 봉사활동으로 평시에는 몰랐던 나이 듦을 생각해본다. 스승의 날도 있고 부처님 오신 날도 오월에 있다. 스승을 위해 제자들이 선물을 들고 찾아간다. 즐거이 받는 분도 있고 부담스러워하는 스승도 있다. 석가 탄신일에는 아름다운 색상의 풍등이 거리에 가득히 달린다. 오월에는 기념일이 많아 지출해야 하는 돈이 많아지는 달이기도 하다.
북쪽에도 어린이날과 유사한 조선소년단 창립일이 있다. 조선소년단은 초등학교 2학년이면 선서를 통해 가입하는 정치조직이다. 어버이날은 없으나 어머니날이 있다. 어머니날이 있는 것은 여성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북쪽에서는 출산을 장려하고 제한하기도 하면서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높게 본다. 어버이는 부모보다는 수령이라는 의미가 크다. 모든 것이 수령 영도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교육되므로 남쪽과는 다른 의미로 쓰인다.
북쪽에도 스승의 날이 있을까. 스승의 날은 없어도 스승에 대한 노래는 있다. 남쪽에서 스승의 날과 유사하게 교육절을 기념한다. 이날 학생과 제자가 만나 스승에게 감사를 전한다. 북쪽에서 스승은 교육자이기도 하면서 직업적인 혁명가이다. 지식뿐 아니라 사상도 전달해야 하는 직업이다. 성인으로 되기까지 담임교사는 몇 사람밖에 없다. 한번 담임이면 졸업할 때까지 바뀌지 않는다. 스승의 날이라고 특별히 식을 갖추는 일은 많지 않아도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스승과 제자의 애정은 깊다. 재력에 때라 제자의 애정에도 얼룩이 있겠으나 그래도 교사의 권위는 높다.
북쪽에도 부처님 오신 날이 있다. 1988년부터 부처님 오신 날을 공식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은 조선불교도연맹으로 연등을 달고 기념법회도 한다. 승려를 배출하는 승려학원도 있다. 승려들은 결혼도 하고 월급도 받는다. 그러나 사찰을 비롯한 문화재의 보존과 복원을 위해 필요한 승려를 배치하는 정도이다. 남쪽에서 빨간날로 거리에 연등이 달리고 화려한 문화축제가 열리는 행사와는 다른 의미이다. 많은 사람들은 부처님오신날을 모르고 더욱이 거리에 연등이 달리는 축제분위기는 아니다.
북쪽에서 가정은 정치적 의미의 ‘사회주의 대가정’이다. 부모에게 육체를 받고 국가로부터 정치적 생명을 부여받는다. 그리하여 부모자식간의 사랑보다는 수령에 대한 충효가 강조된다. 양로원이 건설되고 있지만 부모님을 맡길 시설이 많지 않다. 대략 맏이가 부모님을 모시고 며느리와 한집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고부갈등이 사회적 문제가 된다.
남쪽의 오월은 가족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처님 오신 날이 있어 분주하다. 북쪽에는 유일하게 빨간날인 공휴일이 없는 달이다. 오월은 공휴일보다는 농번기로 분주하다. 모내기를 하고, 강냉이 단지를 옮겨야 할 전투적인 계절이다. 오월에는 김장독에서 마지막 김치를 퍼올리고 시금치와 달래를 많이 먹었던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