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고성(孤聲)] 한전 민영화는 서곡일 뿐이다

2022.05.05 06:00:00 13면

 

1980년 신자유주의의 시대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영국의 대처 총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신자유주의는 기존의 자유주의를 넘어서 경제영역에 국한되었던 시장논리를 전 사회의 영역으로 확장시켰다. 즉, 사회는 없고 오로지 시장만 존재하므로 모든 사회구조는 시장의 논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고,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서는 자유경쟁 체제의 도입과 복지정책의 축소, 노동자의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노동유연화정책, 기업활동의 자유를 위해서는 모든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두 슈퍼 강국의 주도하에 신자유주의는 세계화라는 타이틀로 포장되어 전 세계를 장악했다. 우리도 1990년대 후반 IMF 구조기금을 받아야 하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에 합류되었다. 세계화는 능력주의라는 미명하에 약육강식, 우승열패의 세계관, 사회 구조적 모순까지 개인과 집단의 능력문제로 환원해 버리는 21세기판 사회진화론으로 고착되었다. 자유주의가 20:80의 사회라고 한다면 신자유주의는 1:99의 사회로 상징되는 양극화의 시대였다.

 

신자유주의의 주장 중에서도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공기업의 민영화이다. 공기업은 사기업과 달리 이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는 데에 있는 기업을 말한다. 전기, 수도, 도로, 철도같이 국민의 실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공기업이다. 대부분 국가가 공공이익을 창출하는 분야의 사업을 전담하는 국영기업의 형식으로 공기업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의 눈에는 안정적으로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이니 흑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한전의 독점을 민간에게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무리 변명을 한다 해도 한전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역대 부패정권마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관리를 핑계로 선진화 또는 합리화, 정상화해야 한다며 민영화를 주장해 왔었다. 자신들이 낙하산으로 비전문가를 파견해서 장악하니 공기업이 엉망이 되었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지금도 KTX의 황금노선을 빼앗아서 만든 SRT가 운영 중이다. 흑자를 내던 KTX가 연간 1조 원대 적자를 보고 있는데 그것은 그대로 SRT의 흑자가 되고 있으니 눈가리고 아옹하는 격이다.

 

한전이 민영화된다면 당연히 대기업들이 달려들 것이고 다음 단계는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2015년 텍사스의 한파에도 비싼 전기료 때문에 난방을 못 하던 사태가 곧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시장은 국민의 삶의 질을 고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존재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 집권했나 하는 불안한 생각은 여기서 머물질 않는다. 왠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는 순간부터 민영화의 바람이 불 것 같다. 한전은 서곡일 뿐이고 인천공항, 가스, 수도, 민자고속도로, 민자다리 등등 줄줄이 이익이 눈에 보이는 데 가만히들 있겠는가. 하여간 한숨이 길어지는 시간이다.

임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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