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누구를 위한 비대위인가?

2022.05.30 06:00:00 13면

 

고백건대, 대선이 끝나고 한참동안 뉴스를 보지 못했다. 괜히 보다간 혈압관리가 되지 않을 듯싶었다. 촛불혁명을 이룩한 나라에서 불과 5년 만에 총풍사건, 차떼기, 국정원댓글사건, 그리고 탄핵까지 국기문란 레퍼토리는 죄다 꿰고 있는 정치집단에게 다시 정권을 넘겼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결국 수레바퀴를 뒤로 돌린 원인을 곰곰이 따져보면 검찰이나 언론 탓 이전에 더불어민주당의 자중지란이었다. 선거기간 내내 끊이지 않은 분란과 내부총질이 빚어낸 참사였으니.. 

 

자중지란은 선거패배이후에도 끊이지 않는다. 법무부가 장관직속으로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하겠단다. 한동훈 장관에게 검찰 수사지휘권, 인사권, 감찰권 뿐 만 아니라 모든 고위공무원을 검증하는 정보권한까지 쥐어주겠다는 것이다. 군부독재시절 안기부는 정보기능으로 모든 부처 위에 군림했다. 이제는 법무부가 수사권과 기소권에 정보기능까지 가진 무소불위의 사정기관이 된다. 지금도 법무부 장관 직권으로 상설특검을 발동할 수 있고(민주당은 권한이 있어도 쓴 적이 없으니 그런 권한이 있는 줄도 몰랐다),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검증 조차 법무부 장관이 가지는 판에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조정도 의미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법무부 장관이 소통령에 버금가는 권세를 누릴 것이 뻔한 입법예고를 전 정권이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국민의힘은 독재정권이라고 당장 국회농성에 돌입하거나 광화문으로 뛰쳐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는 민주당이 반대한다는 기사보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분란들이 생방으로 뒤덮었다. 

 

민주당이 도낏자루를 썩히는 동안 지방선거는 역대급 야당 참패로 이어질 조짐이다. 이번에는 호남지역을 제외한 전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할 가능성도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검찰공화국과 양립할 수 없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후퇴와 서민생계의 질곡으로 이어질 것이다. 벌써부터 지분매각이란 이름으로 공기업민영화가 들먹여지고 있으며 수많은 이권들을 둘러싸고 이익집단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대한민국은 중앙권력과 지방권력까지 기득권의 탐욕을 제어할 아무런 통제장치를 갖지 못하게 된다. 이 상황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이다.

 

“시민의 분노는 정치적 유불리에 앞서야 한다”는 말이 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내에 86세력(민주화운동 출신) 척결과 자기 문제에 더 엄격한 민주당, 팬덤정치 극복” 등을 주장한다. 박지현비대위원장에게 안타까운 심정으로 묻고 싶다. 혹시 박지현 위원장은 민주당을 당신이 추적했던 N번방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당신이 N번방의 성착취물과 짓밟히는 여성인권에 분노했다면 지금 당신은 86세력보다 검찰세력의 국정장악에 대해 먼저 분노해야 한다. 개혁을 부르짖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팬덤정치가 혐오스럽다면 그보다 먼저 온갖 학력사칭과 주가조작 의혹을 안고있는 김건희 여사를 향한 오도된 팬덤현상을 먼저 혐오하고 그것을 부추기는 보수언론의 낯간지러운 기사에 분노해야 한다. 더구나 자신의 문제에 더 엄격한 민주당을 거론하며 고작 겨누는 것이 최강욱 의원 직권징계라면 주소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86과 팬덤, 엄격한 민주당’이 하나같이 지금껏 가장 열심히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오고 개혁을 주장하는 세력을 타격하기 위함이라면 도대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누구를 위해 비상대책을 수립하려 하는가?

 

결국 박지현 위원장은 참신한 여성정치신인 이미지를 방패삼아 민주당 내부의 권력투쟁의 도구로 소비되고 있을 뿐이다. 민주당에서 86세력을 쳐내고 팬덤정치를 덜어내면 누가 덕을 보는가? 이익을 보는 세력들이 박지현 위원장에게 갖은 명분과 목표를 제공하고 있을 터, 지난 대선부터 이어져온 자중지란의 연장선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박지현 위원장은 앞날이 구만리 같은 사람이다. 자칫 세력다툼의 첨병에서 그릇되게 소비된다면 2030정치의 대변을 위해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부디 이 점을 명심하여 박지현 위원장이 우리 정치의 젊은 기수로 성장해가길 바라마지 않는다.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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