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종의 '생명'] 생사를 넘어 또 다른 탄생의 사회

2022.06.15 06:00:00 13면

 

 

태어난 자는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태어나 이름을 부여받고 열심히 살다가 늙어 병들고 죽음을 맞이하는 삶의 과정을 보면, ‘생명체’와 ‘삶’이란 서로 다른 말이 아니라 표현의 차이에 불과하며, 또한 생명체의 삶이란 ‘생로병사’라는 말 안에 모두 담겨있음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것은 개체의 소멸이라는 죽음 자체가 생명 현상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개인이 겪는 죽음이 생명 현상의 한 과정에 불과하다면, 유한한 존재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의문은 개인 차원 내지 층위를 달리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

 

비록 나라는 개체는 특정일에 태어나 일정 기간 살다가 특정일에 죽음을 맞이하는 존재이지만, 나를 있게 한 부모로부터의 생명의 힘이 있었듯이, 내 부모 또한 그 부모에 의해 존재할 수 있었다. 거꾸로 개인의 존재를 유지했던 생명의 힘은 당사자는 죽음으로 소멸되어도 자식을 통해 이어져 간다. 여성과 남성이란 성의 분화 형태는 있을지언정, 생명은 개체의 죽음 넘어 또 다른 탄생으로 끊임없이 지속되어 후손의 형태로 그 숫자를 늘려가며 다양하게 번창하는 모습이 있다. 아름다운 지구 생태계는 그 결과물이다.

 

이렇게 죽음과 탄생이라는 생명의 역사는 살아 움직이는 우리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진보 보수라는 양 날개로 끊임없이 서로 얽혀 작동하면서 사회는 점차 바람직하게 나아간다. 생명이 번창하고 다양하게 전개되기 위해서라도 각 개인의 죽음이 필연적이고, 그런 죽음을 통해 더욱더 다양한 생태계가 펼져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우리가 개인 죽음에 슬퍼하듯이 지지하던 진영의 패배는 실망스럽고 슬픈 일이지만, 이번 대선과 지선 결과가 우리 사회 발전에 더욱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은 이번 대선과 지선 이후의 또 다른 탄생을 만들어 냄으로써 이뤄진다. 이렇게 층위를 달리해 본다면, 일반적으로 느끼는 것과 달리 생명체의 죽음이 매우 필요하고 소중한 과정인 것처럼, 사회 발전에 특정 진영의 정부나 후보자의 승리 내지 패배 역시 그리 실망하거나 환호할 것은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는 조금씩 다양해지고 더욱 생명의 힘을 펼쳐간다.

 

해방 후 외세에 의한 참혹한 전쟁을 겪었고, 이어서 이승만 정권을 민중의 힘으로 쓰러트렸으나 다시 박정희 군사독재가 이어졌다. 이승만 정권의 죽음, 민중 세력의 죽음, 그리고 이어진 군사독재는 청와대 안가의 총성으로 죽음을 맞이하는가 했더니 끈질긴 군사독재의 힘이 광주항쟁마저 죽이며 이어갔다. 하지만 생명의 힘은 결코 그런 죽음으로 사라지지 않고 다시 그 힘을 발휘해 한국 사회를 21세기 선진국이 되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이렇듯 한 진영이나 후보의 승패를 바라보며 너무 슬퍼하거나 실망 내지 분노할 것은 없다. 이번 선거 결과 역시 이미 사회를 움직일 힘이 다한, 민중의 염원을 이뤄낼 힘이 다한 집단이 죽음을 맞이한 셈이다. 이것은 다시 또 다른 탄생을 통해 끊임없이 생명의 힘을 이어가는 과정이다. 한 죽음을 바라보는 마음이 또 다른 탄생의 힘이 될 때 생사를 넘어 진정한 생명의 사회로 나아가는 동력이 된다. 일제 시대로부터 이어진 적폐 기득권을 국민 모두에게 돌려줄 생명의 힘을 우리 사회와 국민은 충분히 지니고 있다. 생사를 통해 다양하고 건강한 생태계가 형성되듯이 생명의 사회는 끊임없는 생로병사의 과정을 요구한다.

우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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