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신설 안돼”…뿔난 경기경찰들 독립성 훼손 반발 ‘집단행동 움직임’

2022.06.20 18:00:00 1면

행안부 자문위, 최종권고안 21일 발표 예정
남부청 직협 “민주경찰 근본·독립성 훼손”
이강구 “시민단체·노동조합·국회의원과 연대”
경찰개혁네트워크 “경찰, 치안본부 시절로 퇴행”

 

“민주경찰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며, 독립성을 훼손하는 조치다.”

 

21일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의 경찰 통제 방안 발표를 앞두고 일선 경찰들의 반발이 거세다.

 

자문위가 내놓을 권고안의 핵심은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이다.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권을 보장하고, 행안부 내에 경찰 통제를 위해 ‘치안정책관실(경찰국)’을 신설하는 게 골자다.

 

이에 경기남부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치안정책관실 신설을 ‘경찰청의 격하’이며 ‘민주경찰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고 규탄하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또 예산·인사·감찰·정책 권한 통제는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며 집단행동에 나서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경기 북부 지역의 한 경찰 관계자는 “행안부 내 치안정책관실 신설에 법무부의 ‘검찰국’을 예시로 들었는데 검찰국의 고위직이 70% 검찰로 구성돼 있어 경찰과 비교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때부터 검·경 수사권이 조정됐다”며 “현 정부에서는 ‘경찰의 수사권 비대화를 견제’한다 하는데, 실제적으로는 업무량이 늘어난 것이지 결코 권한이 커진 것은 아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면서 “경찰국이 신설되면 ‘진급’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수동적으로 치안정책관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경찰들이 정치적·정무적으로 휘둘려져 시민들의 안전과 인권을 제대로 책임질 수 없는 위험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1991년 ‘정부조직법 제34조 6항’과 ‘국가경찰 및 자치경찰 조직 운영에 관한 법률’을 통해 국가경찰위원회와 자치경찰위원회를 설치해 중립성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치안정책관실 신설은 직제 관련 시행령(대통령령) 및 시행규칙(행안부령) 개정을 내포하기 때문에 ‘시행령 악용’이라는 법리적인 문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일선 수사관·지역경찰 등은 이 같은 권고안이 결과적으로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경남경찰직협을 시작으로 광주·전남, 경기남부, 경기북부, 경남, 충북, 경북, 충남, 제주 및 경찰청 직협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행안부 경찰국 설치 반대 성명을 내는 등 경찰에선 반대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경기 남부 지역의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조직 문화상 집단항명에는 잘 나서지 않는데 이번은 이례적이다”면서 “일선 수사관·지역경찰관 등 하부조직들이 ‘경찰의 중립성·객관성이 권력구조에 지배당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갖고 치안정책관실 신설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경우 직장협의회이기에 노동조합처럼 단체교섭권이 없고 공무원 신분이라 결사의 자유가 없기에 직접적인 행동을 할 수 없어 많이들 안타까워하지만, 일단 인내심을 가지고 21일에 발표할 ‘최종 권고문’을 기다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현재 경기 각 경찰서에는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또 정부서울청사와 세종청사 인근에서는 일선 경찰관들의 이어가기 1인 시위가 진행 중이다. 이들은 ‘경찰은 행안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라고 적힌 손 팻말을 들었다.

 

이강구 경기남부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으로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경찰들을 공안직군에 적용해 보수를 보장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해놓고 치안정책관실이란 카드를 내미는 것는 13만 경찰들을 우롱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등과 연대 할 것이며,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직접 만나 문제를 호소하고 협력을 구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경찰개혁네트워크와 함께하는 참여연대 최재혁 선임간사는 “행안부 치안정책관실 신설은 정부가 사실상 민간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며 “밀실에서 진행중인 경찰국 신설 논의를 중단하고 경찰의 권한을 분산시키고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공론화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는 27일에 예정된 토론회를 통해 정치권력에게서 경찰을 어떻게 독립시킬 수 있을지를 논의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 경기신문 = 정창규 기자 ]

 

※ 쉬운 우리말로 고쳤습니다.

 * 릴레이(relay) → 중계, 계전기, 이어달리기, 이어가기

 * 피켓(picket) → 팻말, 손 팻말

 

(원문) 또 정부서울청사와 세종청사 인근에서는 일선 경찰관들의 릴레이 1인 시위가 진행 중이다. 이들은 ‘경찰은 행안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고쳐 쓴 문장) 또 정부서울청사와 세종청사 인근에서는 일선 경찰관들의 이어가기 1인 시위 진행 중이다. 이들은 ‘경찰은 행안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라고 적힌 손 팻말을 들었다.

 

정창규 기자 kgcom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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