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기타 수행원”은 대체 불가?

2022.07.08 06:00:00 13면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가 결과는 평가받을 만하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원전 세일즈가 성공했고, 외교적 차원에서도 신(新)블록화 시대에서의 새로운 외교적 지향점을 정립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른바 “기타 수행원” 문제 때문에 이런 치적이 가려지고 있다.

 

처음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민간인이 김건희 여사를 수행했다는 보도가 이어졌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해당 인사가 김건희 여사를 수행한 것은 아니고, 민간인이지만 ‘기타 수행원’으로 순방에 참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사기획이라는 것이 전문성도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건 대통령 부부의 의중을 잘 이해해야 대통령실이 생각한 효과를 최대한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과 잘 아는 해당 인사가 순방에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데 대통령실의 이런 설명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선, 해당 인사가 아무리 행사기획에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손 치더라도, 일반 행사와 정치적 행사는 그 근본 속성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런 사례를 생각해 보자. 상업 광고와 장치 광고는 그 속성이 비슷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상업 광고의 경우, 광고 덕분에 해당 상품의 매출이 1%라도 증가했다면 성공적인 광고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정치 광고는 다르다. 정치 광고 덕분에 지지율이 1% 상승했다고 하더라도, 선거에서 패배하면 그 광고는 실패한 광고다. 상업 광고와 정치 광고의 이런 차이는 정치의 속성이 일반 상업 분야와는 다르다는데서 기인한다.

 

정치적 행사도, 일반 행사와는 그 속성이 다르다. 정치적 행사는, 전달하려는 정치적 메시지가 행사 속에 분명하게 녹아 있어야 한다. 행사가 화려하고 세련됐다고 잘 된 정치적 행사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행사는 정치 메시지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 주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일반 행사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그 역할은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행사 기획력이 출중한 “기타 수행원”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인이 대통령의 외국 순방에 수행한 이유를 납득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일들이 알려졌을 때 발생하는 정치적 비용을 고려하면, 굳이 사단을 만들 필요가 있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해당 인사는 정권 초기 대통령실이 행정관으로 채용하려다가, 남편이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있기 때문에, 이해충돌 방지 차원에서 채용을 보류했다고 한다. 채용까지 보류할 정도라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참석시켜서는 안 된다. 그렇게 출중하고 “대체 불가한” 인사라면, 차라리 이해충돌이라는 비난을 듣더라도 대통령실 직원을 채용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공적인 영역에서의 조력은 공적 조직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공적 조직의 일원이 아닌 인물이 공적인 영역에 등장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신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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