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원 경진여객 첫차부터 파업…버스 하염없이 기다리며 발 동동

2022.07.11 17:04:19 1면

총 13개 노선 버스 160여 대 운행 멈춰…출근길 시민 불편
관용버스 8대 강남·사당 투입…전세버스 최대 40여 대 추가 투입

 

“새벽 출근이 일상인데, 버스가 파업해버려서 걱정이다. 오늘은 그렇다 치더라도 언제 끝날지도 모를 파업을 기약도 없이 기다려야 한다는게 더 걱정이다.”

 

11일 오전 6시 수원역 인근 버스 정류장. 수원, 화성과 서울을 오가는 총 15개 노선의 버스 158대가 운행을 일제히 멈췄다. 버스 도착예정시간을 알려주는 안내판에는 버스 파업만을 알리는 안내문만 흘러나왔다.

 

경진여객 노조가 이날 파업에 돌입하면서 첫차부터 서울로 출근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역력했다. 서울로 매일 ‘새벽 출근’을 한다는 직장인 김영 씨(가명, 52)는 “매일 첫차를 타고 서울로 출근해왔는데 버스 도착시간을 알아야 마음이 놓이는데 확인할 수 없어 초조하다”면서 “물론 파업하는 사람들에게도 이유가 있지만, 우리처럼 새벽일하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겨버리니 달갑게 여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파업 소식을 모르고 있던 일부 시민은 버스 정류장에서 오지 않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박철 씨(가명, 60)는 “오늘 파업하는 줄 모르고 버스를 한참 기다리고 있었다”며 “수원역에서 버스노조 총파업을 한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고 말했다.

 

 

김지선 씨(가명, 61)는 “시에서 버스노조 총파업을 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알려주고 다른 대체 차량을 마련하는 등 대처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출근이 본격화한 오전 7시부터는 3000번과 7770번을 대체할 전세버스 각 3대가 15분 간격으로 투입돼 시민들을 서울로 실어날랐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수원역 앞 광장에서는 경진여객 버스 노동자 500여명이 “적은 임금·많은 노동시간”을 호소하는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입석 승객 승차 제한, 근로조건 개선과 임금 인상 등의 요구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수원역 인근 정류장에서는 수원시가 마련한 전세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시위 현장 인근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김학충씨(80)는 “버스 운전사들이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장시간 근무에 지쳐 총파업을 한 점은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이렇게까지 일손을 놓아버리면 결국 기다리는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버스 노동자들의 파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시민들도 있었다. 유진오 씨(가명, 60)는 “너도나도 원하는 것만 말하는 파업은 결국 나라의 운영에 장애물이 된다”며 “이런 파업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하지 않겠나”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김석진 씨(36)는 “기사분들도 참 친절하고 좋으신데 파업 얘기가 들리니 마음이 불편해지더라”며 “볼모로 잡혔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지하철을 타고 다닐 순 있겠지만, 화가 나는 게 사실”이라며 “회사도 기사도 서로 양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조 차상우 조직국장은 경기신문과의 통화에서 “2014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이 개정돼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가 됐지만 부족한 버스와 노동자로 인해 지금까지 입석으로 운행돼 노동자·시민의 안전을 위협했다”며 “여기에 경기도 광역버스 노동자들의 월급이 서울·인천 버스 노동자 월급이 50만원 더 적다 보니 구인공고를 해도 사람들이 오지 않았고, 버스 총량제 때문에 차량 증차가 이뤄지지 못해 문제는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노동자들은 시민들의 출퇴근 편리를 위해 참아가면서 교섭을 했지만 사측은 이렇다할 답을 제대로 못 내놨고 경기도는 ‘노조가 사측과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외면하고 있으니 더는 참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총파업에 나섰다”며 “시민들이 안전하게 출퇴근을 할 수 있도록 차량 증차, 노동자 증원 및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수원시는 광역버스 노조 파업에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청식 제1부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구성 24시간 비상근무 체계를 돌입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관용버스 8대를 비롯해 전세버스를 서울 사당·강남행 등 이용객이 많은 노선에 투입해 운영하고, 경기도와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전세버스를 최대 40여 대를 투입한다”고 말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경진여객의 광역버스 파업과 다른 광역버스의 입석 금지로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가용이나 지하철 등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경기신문 = 정창규 기자 ]

정창규 기자 kgcom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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