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에 등단해 시집 6권…김길나 시인 별세

2022.09.09 11:36:23

 

"ㄱ / 이미 사라진 것들, /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들 / 이들이 볼 부비고 떠 있는 / 허공의 풍경 한 폭을 날개에 달고 / 새가 허공을 가로질러 난다 / 그리고 수직 낙하하는 착지 지점에서 // ㄴ / 오늘도 지상의 길이 수평으로 닦이고 있다"('닿소리 여행·1')

 

한글의 자모 24자를 시의 제재로 삼아 '사색 깊은 연가'를 담아낸 시집 '홀소리 여행'의 시인 김길나(金吉娜·본명 김명희<金明姬>)씨가 8일 오후 2시55분께 서울성모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82세. 지난 7월 부정맥 증상 때문에 입원한 뒤 투병해왔다.

 

1940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순천여고, 한국가톨릭교리신학원을 나와 1970년부터 2011년까지 가톨릭교회 선교사로 활동했다. 1988∼1990년에는 교정 사목으로 일했다.

 

문인의 꿈을 이룬 것은 55세이던 1995년. 주변의 권유로 펴낸 시집 '새벽 날개'(동산출판사)에 실린 시 4편이 1996년 '문학과 사회' 가을호에 실렸다. '새벽 날개'를 펴낼 때만 해도 본명(김명희)을 사용했지만, 문인 중에 같은 이름을 쓰는 이가 있어서 두번째 시집 '빠지지 않는 반지'(1997, 문학과지성사)부터 길을 낸다는 뜻의 '길나'를 사용했다.

 

이후 '둥근 밀떡에서 뜨는 해'(2003, 문학과지성사), '홀소리여행'(2008, 서정시학), '일탈의 순간'(2014, 황금알), '시간의 천국'(2016, 천년의 시작)과 수필집 '잃어버린 꽃병'(2013, 황금알)을 펴냈다. '일탈의 순간'에서는 시간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은 시를 담는 등 경계가 없는 활기찬 시적 상상력을 펼쳤다는 평을 받았다. 2016년 순천문학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인천 자택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고 유족이 전했다.

 

평생 독신이었고, 유족은 조카 김은미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8호실, 발인 10일 오전 7시. ☎ 02-2258-5965

연합뉴스 ccbbk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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