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종의 '생명'] 영부인의 짜깁기 논문과 침묵'

2022.09.15 06:00:00 13면

 

선진국인 대한민국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의한 먼지털이식 수사 현실이 여전하다. 야당 대표와 가족에게는 선거 기간 중의 말 한마디나 관행에 가까운 소액 사용에도 압수수색과 소환은 당연하고,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해서는 여러 불법 의혹에도 압수수색은커녕 소환에 응하지 않아도 그만이다.이런 상황과 대통령 가족의 초법적 태도는 김건희 여사의 학위논문 표절 상황에서도 나타난다. 누가 보아도 표절이 분명한 김건희 여사의 석사와 박사 학위 논문 및 관련 논문들에 대한 14개 교수·연구자 단체의 검증은 건강한 학문 사회의 기본 틀을 유지하기 위한 자정 노력이다.

 

사회 건강성을 유지하는 기본 틀은 법이나 규정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병들지 않도록 하는 것뿐이고, 구성원들 간의 신뢰와 암묵적 합의에 근거하는 각 분야의 윤리와 도덕이야말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동료 연구자들의 앞선 연구 결과에 기반해 후속 학문 연구와 교육이 이뤄지는 곳이 대학이다.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구성원들 간의 상호 신뢰와 존중이다. 이것에 기반하여 사회 발전에 직결되는 학문 연구가 가능하며, 건전한 학문 후속세대 교육과 양성이 가능하다. 이런 신뢰와 존중을 깨는 연구 부정행위는 자연스레 학문 연구와 사회 발전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셈이다. 학계나 대학에서 연구부정행위를 학문 발전을 저해하는 매우 악질적 행위로 간주하는 이유다. 모든 학문 분야에 있어서 대표적인 3대 연구 부정행위의 하나인 표절 역시 학문 연구 근간을 오염시켜 학문의 건강성과 발전을 막는 행위이며, 해당자는 매우 엄격히 징계 되고 대학 강단과 학계에서 퇴출된다.

 

그런 표절에 있어서 표절당한 피해자 교수가 책임을 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절한 대통령 부인과 이를 방조한 국민대 지도 교수 및 심사위원들의 침묵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이를 조사한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냈고, 대학 관련 행정 부처인 교육부도 해당 대학의 결론을 존중한다고 하니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개인 표절을 넘어 그 이면에 있는 사립대학의 구조적 비리를 말해 준다. 일반대학원생의 표절이라면 이렇게 비호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과거 국회의원이었던 문대성 씨의 학위논문에서 표절이 드러나자 학위 취소를 결정했던 국민대다. 이제 권력자의 부인이 표절 당사자가 되자, 대학 당국은 과거와 같이 학위 취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문대성 씨의 변명 논리를 거꾸로 대학이 이용하면서 정당화를 꾀한다. 최근 국내 대부분의 교수를 망라하는 14개 단체들이 김건희 여사의 논문들을 검증했고, 표절논문이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한 짜깁기 논문임을 밝혔다. 이제 이런 논문이 박사 학위 논문으로 통과된 경위와 대학이 이를 용인하는 과정에서 작동한 사학의 구조적 문제점을 밝힐 때다. 이는 학문의 기본을 되찾는 것이자, 건강한 학문 후속 세대를 위해서도 절실하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짜깁기 논문 당사자인 김건희 여사는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된다. 많은 이들이 대통령 부부에 대하여, 불법 행위만이 아니라, 기본적인 사회 윤리나 도덕성마저 지키지 않음에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우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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