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짬짜미' 위례 개발사업…남욱 측, 공모지침서까지 개입

2022.10.02 10:11:42

이재명, '시의회 반대해 중단' 발표 뒤 유동규 통해 비공개 추진
유동규, 위례 개발 사업 미공개 정보 남욱 등에 흘려 유착

 

경기 성남시 위례 신도시 사업에 참여한 민간업자들이 사업 추진 일정을 사전에 듣고 사업 타당성 평가, 공모지침서 작성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내부 정보를 훤하게 알게 된 민간업자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사업권을 따냈고, 참여자들 간 이면계약에 따라 이익을 나눌 수 있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 유동규, 남욱에 위례 개발 미공개 정보 유출

 

2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의 부패방지법 위반 사건 공소장에는 '대장동 모의고사'로 불리는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의 추진 과정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시의회 다수당이던 새누리당은 '미분양 우려로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을 반대한다.

 

이에 성남시는 2013년 5월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을 포기한다는 보도자료를 낸다. 두 달 뒤 이 시장도 성남시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의회가 반대하므로 성남시는 더는 위례 신도시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한다.

 

하지만 물밑에선 계속 사업이 진행됐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시장의 공약 이행을 위해 성남시설관리공단(공사 전신)에 설치한 '기술지원 TF'를 통해 신도시 개발 사업의 진행 방식과 이익 배분 구조를 검토한다. 그 결과 민관 합동 방식으로 공사와 민간사업자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을 고안한다.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에게 "성남시가 포기했던 위례 신도시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공사가 설립되면 바로 위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며 미공개 정보를 흘린다.

 

이를 들은 남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민간업자들은 자본금을 댈 증권사를 물색하는 등 컨소시엄을 구성할 준비를 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맞춤형 사업 타당성 보고서 작성을 요청하고, 완성된 보고서를 공사 개발계획파트장인 주모씨를 통해 다시 전달받기도 한다.

 

민간 사업자 선정을 위한 모든 평가 기준이 담기는 공모지침서는 아예 정 회계사와 함께 만들었다.

 

건설사의 공모사업 참여 금지, 출자자 신용등급 기준 하향, 컨소시엄 구성원 수에서 특정금전신탁 등 제외, 공사와 민간사업자 5대 5 배당 등 정 회계사가 내건 요구가 그대로 공모지침서에 반영했다. 수험생이 자신이 치를 시험 문제를 스스로 낸 격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남 변호사 등이 구성한 미래에셋컨소시엄은 주요 평가 항목에서 만점을 받아 2013년 12월 3일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

 

◇ 호반건설은 대출 담보 대가로 '이면계약'…시공권 따내

 

시공사인 호반건설이 합류한 경위도 공소장에 자세히 드러났다.

 

공사는 위례 신도시 A2-8블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매입해야 했다.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은 컨소시엄을 통해 토지 매매 계약금 365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막판 개발사업에서 발을 뺀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름만 컨소시엄에 남겼다.

 

다급해진 민간업자들은 사업 참여자 물색 과정에서 접촉했던 부국증권 임원을 다시 찾아가 토지매매 계약금 대출을 부탁한다. 이 부국증권 임원이 호반건설 임원에게 '연대 보증'을 요구하면서 두 회사가 위례 사업에 합류한다.

 

검찰은 당시 이들이 두 차례에 걸쳐 이면계약서를 작성해 호반건설이 담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시공권을 따냈다고 판단했다.

 

남 변호사 등은 공사와 함께 설립하는 특수목적법인 '푸른위례프로젝트'의 의사 결정권을 호반건설이 장악할 수 있도록 하려고 자신들이 세운 위례자산관리의 지분 전체도 호반건설의 자회사인 티에스주택에 양도한다.

 

결국 푸른위례프로젝트는 이러한 이면계약에 근거해 호반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후 호반건설은 2016년 12월 1천137세대 아파트를 준공했고, 푸른위례프로젝트는 2018년 1월까지 총 418억원 상당의 시행이익을 확보했다.

 

주주협약에서 정한 비율에 따라 호반건설이 169억원,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가 총 42억3천만원을 배당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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