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저가계약 유발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여전히 건축자재 대부분에 최저가를 적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의왕·과천)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는 올해 3분기 건축자재에 대해 수행한 가격조사에서 총 1307개 품목 중 98%에 해당하는 1280개 품목에 최저가와 같은 금액의 단가를 적용했다.
이는 지난 2019년 LH가 발표한 ‘공공기관 공정문화 확산 추진 방안’과 상반된다.
당시 LH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7개 부처와 함께 ‘공공기관 모범거래 모델’을 발표하며 입찰단계에서 계약금액의 기초가 되는 원가 산정 시, 시장에서 조사된 여러 가격 중 최저가격이 아닌 ‘평균가격’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재정부담이 클 것으로 예측되자 그 해 말 조사기관별로 최고가와 최저가 가격차가 15%를 초과하는 경우, ‘자재가격 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열어 적정가격을 산정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의원실 확인 결과 LH는 이듬해인 2020년 11월 위원회 내부지침을 수립한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번의 회의도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가격조사 대상인 1307개 품목 중 시장가격 차이가 15%를 초과한 품목은 719개로, 전체의 55%에 달했다. 이 중 보온덮게(부직포) 품목은 최고가(1만 7000원)가 최저가(778원)의 22배에 달했다.
또한 각 품목의 가격조사결과에서 최고가와 최저가를 제외하고 평균가격을 계산해본 결과 여전히 965개 품목의 LH 적용단가가 보수적 평균가격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비 산정에 적용하는 자재가격은 공공 입찰에서 낙찰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적격심사낙찰제(경쟁입찰)의 경우, 예정가격 대비 특정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낙찰하한율) 입찰자들을 제외한 후 최저가격 입찰자 순으로 적격여부를 심사하므로 예정가격은 부실공사가 우려되는 입찰자를 걸러내는 최소 기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중에는 공사용 통로 설치를 위한 가설구조물(비계)에 쓰이는 안전발판, 복도난간을 고정하기 위한 브라켓 등 안전과 직결된 품목도 포함돼 있었다. 심지어 브라켓 12개 품목은 최저가보다 낮은 단가를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 의원은 4일 국회에서 열린 LH 국정감사에서 “LH가 후려치기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안전자재까지도 무분별하게 최저가를 적용하면서 시공사들이 저품질·부실시공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재가격 후려치기에 대한 제재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안전 발판, 브라켓 등도 대거 포함돼 있어 공사 안전에 대해서도 무분별한 최저가가 적용돼서 부실시공과 싸구려 자재 사용을 유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정관 LH 사장 직무대행는 "건축 자재의 원가 상승이 이어지다 보니 위원회 운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대로 된 품질을 위해 단계별로 적정 가격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위원회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이지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