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투약 넘어 제조·유통까지…외국인 마약사범 판친다

2022.10.10 10:50:27

마약사범 중 외국인 비중 해마다 증가…작년 2천여명 검거
전문가 "소지품·우편 통한 밀반입이 대부분…통관 강화해야"

 

국내 마약류 범죄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마약 청정국의 지위가 흔들리는 가운데 외국인 마약사범이 사상 최다를 기록,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거된 외국인 마약사범 중에는 단순 밀수·투약을 넘어 제조·유통까지 손댄 사례가 나오는 등 과거와 범죄 양상도 달라지는 모양새다.

 

◇ 지휘체계 갖춘 외국인 마약 조직까지 등장

 

수원지검은 경기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인 'JWH-018'을 원료로 만든 합성 대마, 일명 '스파이스'를 유통해 온 옛 소련 지역 국적의 고려인 23명을 구속해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평택에서 시가 6천400만원 상당의 스파이스 640g(1천280회 투약분)을 제조해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각자 역할을 분담해 나름의 통솔 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마약류를 제조하고, 조직적으로 판매해 온 점을 고려해 마약사범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범죄단체조직 혐의(형법 114조)를 적용했다. 외국인에게 범단 혐의를 적용한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법원은 수괴에게 징역 10년, 다른 조직원에게 징역 7년∼3년 등 중형을 선고했다.

 

외국인들이 마약류를 다량으로 국내에 유통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SNS를 통해 필로폰을 유통하고, 직접 투약하기도 한 태국인 등 22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해 지난달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필로폰 160g(5천300여 명 투약분)과 태국산 마약 '야바' 4천700정 등을 압수했다.

 

이 밖에 지난달 26일에는 시흥시의 노래방에서 베트남인 25명이 필로폰을 투약하며 파티를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고, 4월 3일에는 오산의 유흥주점에서 엑스터시와 케타민 등을 구매하고 함께 투약한 베트남인과 내국인 등 20명이 한꺼번에 검거되는 등 외국인들의 마약류 집단 투약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 외국인 마약사범 사상 최다 기록

 

대검이 발간한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지난해 적발된 외국인 마약사범은 2천339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2020년(1천958명)보다 19.5%나 증가한 수치이다. 국적별로는 태국이 888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 504명, 베트남 310명 등의 순이다.

 

국내 전체 마약사범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6.6%(932명), 2018년 7.5%(948명), 2019년 9.5%(1천529명), 2020년 10.8%(1천958명), 지난해 14.5%(2천339명)로 매년 늘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사범 수는 1만 2천여 명∼1만 8천여 명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한 반면, 외국인 마약사범은 계속 증가세였다.

 

대검은 외국인 마약사범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에 대해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증가하고, 불법 체류자들이 본국에서 마약류를 밀반입한 뒤 한국에 머무는 자국인들에게 판매하거나 함께 투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경기남부경찰청 소속의 한 마약범죄 수사관은 "외국인 마약사범은 경찰에 정보를 넘길 경우 본국(혹은 외국인 커뮤니티)에 돌아가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입을 잘 열지 않는다"며 "마약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첩보 입수인데, 시작부터 막혀버리니 외국인 마약사범 사건은 수사가 고난도인 편"이라고 말했다.

 

◇ "국제 공조·통관 기능 강화로 마약류 반입 줄여야"

 

국내 1호 마약범죄전문수사관인 김석환 성남중원경찰서 형사과장은 "국내에 마약류를 밀반입하는 방식이 매우 다양하고 은밀하기 때문에 마약사범을 붙잡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관 기능 강화를 위해 인력과 예산을 보강해야 한다"며 "마약류의 밀반입을 최대한 줄이고, 출발지에서도 마약류 단속을 더욱 철저히 할 수 있도록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들도 김 과장과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실제로 마약류 대량 밀반입은 급증 추세이다.

 

지난해 적발된 마약류 밀수사범은 807명으로 2020년의 837명과 비슷하지만, 압수량은 1천295.7㎏으로 2020년 320.9㎏ 대비 303.8%나 증가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정삼 대외협력담당관은 "외국인 마약사범은 소지품에 마약을 숨기거나 국제우편을 통해 소량의 마약류를 밀반입하기도 한다"며 "마약류 소량 밀반입까지 100%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해도, 최대한 걸러내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단속뿐 아니라 구매 수요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며 "조기부터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 예방 교육을 해야 처음 손을 대는 것 자체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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