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칼럼] 업무성과가 낮아서 해고라고요?

2022.10.14 06:00:00 13면

 

 

흔히 대기발령은 징계의 의미로 쓰이지만 법적으로 징계와 대기발령은 구분된다. 징계란 과거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이다. 대기발령은 근로자가 장래에 있어서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않는 잠정적인 조치를 말한다. 대기발령의 주요 사유로는 회사의 구조조정, 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 부족,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등이 있다.

 

그렇다면 회사는 근로자의 업무성과가 낮다는 이유로 대기발령, 나아가서는 징계의 일종인 해고까지 할 수 있을까? 아래 판례 사안을 함께 살펴보자.

 

인사고과에서 하위 5%에 해당하는 최하위 등급을 받은 근로자가 대기발령을 받은 뒤에도 계속하여 부여받은 과제수행결과 업무부적격으로 평가되어 결국 ‘무보직으로 3개월이 경과하였을 때는 해고한다’는 당연퇴직 규정에 따라 해고된 사안에서 저성과를 이유로 한 대기발령과 해고가 정당한지가 문제되었다.

 

대기발령에 대해서는 원심과 대법원 모두 정당하다고 보았다.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기 때문에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는 기존 판례의 입장에 따라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저성과를 이유로 대기발령에 이어 당연퇴직 규정에 따른 해고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원심과 대법원의 결과가 달라졌다.

 

원심은 처음의 대기발령이 정당하고, 대기발령 기간에도 계속하여 과제수행에 대하여 낮은 평가를 받음으로써 능력이 회복되지 않아 대기발령의 사유가 소멸하지 않았으며, 근로자에 대한 평가가 자의적이거나 불공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의 사정을 들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취업규칙 등에서 근로자의 근무능력 부진에 따른 대기발령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도록 보직을 다시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해고한다는 규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를 할 때에도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적용되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한하여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하며, 이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의 내용, ▲그에 따라 요구되는 성과나 전문성의 정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부진한 정도와 기간, ▲사용자가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여부, ▲개선의 기회가 부여된 이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개선 여부, ▲근로자의 태도, ▲사업장의 여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업무성과가 낮다는 이유로 대기발령과 해고 모두 가능하지만 그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서로 다르다. 대기발령은 인사권의 행사로 사용자에게 폭넓은 재량권이 인정되지만 해고는 더 엄격한 정도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원심과 같이 대기발령의 정당성과 그로 인한 해고의 정당성이 함께 작동하는 것으로 본다면 회사는 대기발령 후 당연퇴직 규정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하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이것은 해고 역시 사업주의 인사권 행사라는 넓은 재량 범주에 속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제한하여 근로자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상 저성과자의 해고의 정당성은 대기발령의 정당성과 별개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김인진 변호사 겸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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