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나는 납득할 수 없다

2022.11.01 06:00:00 13면

 

현실은 소설보다 잔인했다. 이태원에서 젊은 청춘들이 졸지에 불귀의 객이 되어버린 지난밤,  연락이 닿지 않는 아이 때문에 애를 태운 부모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핼로윈의 밤은 끔찍했다. 옆에는 푸른 천에 시신들이 덮여있고 다른 쪽에선 구급대원들이 미친 듯이 CPR처치를 하고 있는데 상황을 모르는 지척에선 클럽의 음악에 맞춰 떼창과 춤이 멈추지 않았다. 지옥이 있다면 바로 저런 모습이 아닐까? 나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왜 대한민국에선 이런 말도 안되는 비극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인지.. 이를 묻고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애도는 희생자를 능멸하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행사는 많다. 특히 대한민국은 수십만 명정도의 집회는 주말마다 예사로 치러낸다. 여의도나 해운대 등에서 매년 개최되는 불꽃축제도 백만명은 우습게 모인다. 이런 대규모 군중이 몰려도 별다른 사고없이 치러낸 것은 주최측과 행정, 경찰력이 적절히 교통을 통제하고 동선을 유도해왔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이태원에 더 많은 인파가 몰렸어도 무탈하게 지나갔다. 더구나 사고가 나기 하루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사고가 벌어질 뻔 했다고 한다. 도대체 29일 밤 대한민국 수도서울의 행정력과 경찰력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대통령 출퇴근에 매일 700명의 경찰인력이 동원된다. 그런데 10만명이 몰릴 것을 예상한 축제에 140명의 경찰력으로 상황을 통제? 그것도 대부분 마약단속을 목적으로 한 인력인데.. 그 좁은 골목에 불이라도 났으면 더 큰 참사가 벌어졌을 터인데 이런 만일의 사태에 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니 나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이건 무능이 빚어낸 인재다.

 

끔찍한 아비규환 속에서 희생된 젊은이들은 대부분 힘 약한 여성들일 것이다. 각자도생의 대한민국에서 약자들은 위험하다. 물속으로 잠겨들어가는 아이들을 그냥 지켜본 8년 전처럼 이번에도 생때같은 젊은 목숨들을 켜켜이 쌓인 길바닥에서 떠나보냈다. 나라에 재난은 예고없이 닥칠 수밖에 없다. 허나 만일에 대비하고 사태에 대응하는 공권력은 왜 늘 허점투성이인지 도대체 납득할 수 없다. 참사가 벌어지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우려할 만한 인원은 아니었다.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책임회피성 망언에 곧바로 미국 CNN 재난관련담당자의 코멘트가 붙었다. “당국은 군중의 규모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사람들을 대피시킬 책임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세월호는 맹골수로에만 있지 않았다. 국민을 지켜야할 공권력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해 애꿎은 희생이 벌어지는 그곳이 세월호다. 맹골수로다.

 

혹자는 “지금은 애도할 시간”이라며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을 경계한다. 비극을 정략적으로 이용할까봐?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꼴이다. 참사를 겪으면서 이토록 무력한 재난대비시스템을 바로잡지 못하면 도대체 우리는 어느 천년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것인가? 정부는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공권력이다. 과거 어느 대통령은 아래와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런 마음조차 없다면 무얼 하겠다는 것인지 나는 납득할 수 없다.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 아홉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

최영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