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1주일] 국민 안전 '구멍'…드러난 공권력의 민낯

2022.11.05 18:02:09

희생자 156명·총 352명 사상…참사 4시간전 급박한 112신고에 안이한 대응
정부 내 긴급 재난 보고 체계 '총체적 부실'

 

'이태원 참사' 발생 후 일주일이 흐르는 과정에서 이번 참사가 단순 사고가 아닌 사회 안전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부른 '인재'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위기를 알리는 시민의 신고가 쇄도했지만 이에 안이하게 대응했고, 내부 보고체계도 뒤죽박죽이었다는 공권력이 민낯이 이번 참사로 그대로 드러났다.

 

8년 전 세월호 참사 뒤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 세월호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사망자 156명

 

이태원 압사 참사로 3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단일 사고 인명피해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다.

 

5일 오전 9시 기준 사망자 156명(외국인 26명 포함), 부상자 196(중상 33명)명 등 총 35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20대로 104명에 달하고 30대가 31명, 10대가 12명 등이다.

 

성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고 버티는 힘이 약한 여성에 피해가 집중됐다. 사망자 중에서 여성이 101명으로 65%를 차지한다.

 

이들 대부분은 넘어지거나 깔린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상당 시간 숨을 쉬지 못하다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서 있는 상태에서 실신해 쓰러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조 현장에 출동한 의료진들은 외상성 질식사가 대부분의 사인으로 보고 있다.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참사인데다 당시 상황이 여과되지 않은 영상과 이미지로 확산하면서 '그날 그곳'에 있지 않은 사람들도 적잖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trauma)를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이상의 트라우마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 참사 4시간전 "압사 위험" 112신고 잇따라…늑장보고도 피해 키워

 

사고를 예방하고 신속하게 수습했어야 관계 당국의 부실한 대응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인 당일 오후 6시 34분 '압사'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첫 신고를 시작으로 최소 11건이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로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골목에 몰려있던 사람들을 해산시켰지만 길을 차단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는 외면했다.

 

이런 허술한 대응에 늑장 보고와 안일한 상황 인식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참사는 오후 10시15분 시작됐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후 11시20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11시36분), 윤희근 경찰청장(익일 오전 0시14분) 등 정부 지휘부는 뒤늦게서야 사태를 인지했다. 대통령(오후 11시1분)보다도 늦은 시각이다.

 

현장의 112신고를 받아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 서울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을 총괄해야 하는 당직 상황관리관은 참사 당시 근무지를 이탈해 자신의 사무실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관리관이 상황실 근무자에게 첫 보고를 받은 시점은 참사 발생 1시간 24분 뒤인 당일 오후 11시39분 이었다.

 

핼러윈을 앞둔 주말 밤 10만명이 모일 것을 뻔히 예측했으면서 경찰, 구청 등 관계 기관은 이에 대비하지 않았고, 군중을 통제하는 기동대도 배치되지 않았다.

 

현장 지휘를 총괄하는 용산경찰서장은 2㎞ 거리의 삼각지역 대통령실 부근에서 벌어진 집회 관리 근무를 마치고서 오후 9시30분께 현장으로 출발했다고 했지만 도착 시간은 1시간 반 뒤여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구멍뚫린 재난 보고·대응체계도 민낯이 드러났다.

 

경찰 112 신고와 소방 119 신고가 따로 운용되고 있어 긴급 상황이 공유되지 못해 효율적인 대처는 물론 혼선만 가중됐다.

 

지난해 구축한 지자체, 소방 당국, 경찰 간 재난안전통신망이 참사 당시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도 밝혀졌다. 이 통신망은 버튼만 누르면 유관기관 간 통화할 수 있고 여기에 연결된 무전기를 쓰면 경찰, 소방, 지자체가 동시에 음성·영상으로 대화하면서 긴급한 현장에서 대처·공조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때 군과 해경이 다른 통신망을 쓰면서 구조가 지연돼 1조5천억여원을 들여 구축한 단일 통신망이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엔 무용지물이었다.

 

◇ 경찰, 특수본 꾸려 경위·책임 수사

 

참사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밝히는 과정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청은 참사 직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꾸려 참사 목격자·부상자 67명과 인근 업소 관계자 14명, 현장 출동 경찰관 4명 등 85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또 사고 현장 인근 CCTV 57대와 SNS 영상과 제보고 확보한 84건의 자료로 사고 당시 현장 상황을 파악한 뒤 국과수를 통해 3D 시뮬레이션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부실 보고와 현장 조치 미흡 등을 이유로 이임재 용산서장과 류미진 상황관리관을 대기발령하고 특수본에 수사의뢰했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경찰 수뇌부도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

 

참사 현장의 목격자와 시민들이 찍은 동영상 등을 통해 사고의 정황은 어느 정도 확인되고 있다.

 

폭 3.2m, 길이 40m의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사람이 한꺼번에 몰렸고 이들이 양방향에서 섞이면서 골목 중간 지점에서 대규모 압사가 발생했다. 이 골목이 경사도 10%의 내리막길이었다는 점도 사람들이 넘어지게 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골목은 좁지만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와 바로 이어지고 총 8개의 음식점이 핼러윈 기간 한시적으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업소로 허가받으면서 유동인구가 많았다.

 

현장 목격자나 생존자들은 당시 엄청난 인원이 좁고 비탈진 골목길에 몰리면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어디선가 대열이 무너지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대여섯 겹으로 쌓였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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