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형의 생활여행] 당연한 것들

2022.11.15 06:00:00 13면

 

 

야외활동하기 좋은 시기, 장비를 챙겨 밖으로 나간다. 울긋불긋한 세상을 누리며 텐트를 펼치고 테이블을 놓다 보니 아차, 화로를 안 가져왔다. 하지만 캠핑을 나왔는데 불멍을 빼놓을 수 있겠나. 마침 주변에 마른 나뭇가지와 낙엽이 많다. 대충 주변에 돌을 쌓고 땅 위에 불을 붙인다. 제법 낭만적인 불이 낙엽을 태운다.

 

마침내 절경인 곳을 찾았다. 아침부터 산을 올랐으니 여기서 잠시 쉬며 커피 한잔할 시간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갓 끓인 따뜻한 커피 한잔을 하는 맛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미니 버너를 꺼내고 물을 올린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 산 중턱. 푸른 불길이 일어난다.

 

시원한 계곡과 바다로 떠나는 날, 작년까지 사용했던 구명조끼를 사용할 수 없어졌지만 새로 구입하기엔 번거로워 이번만 넘어가기로 했다. 물놀이를 즐기는 수많은 사람 중에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은 거의 없다. 신나는 마음에 옷만 갈아입고 준비운동 없이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든다.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물가의 붉은 박스, 구명조끼와 구명환과 구명 로프가 담긴 박스 점검비가 아깝다. 해마다 손실되는 경고표지판도 마찬가지다. 캠페인과 안전 점검을 꾸준히 해도 사고는 늘 일어난다. 올해만 슬쩍 넘어가도 그다지 표가 나지 않을 게 뻔하다.

 

늘 해왔던 일이라, 이번 한 번만 편하게 넘어가려고, 그동안 큰 문제는 없었으니까, 그 정도는 누구나 하는 일이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여행자는 때때로 눈을 감는다. 캠핑의 기본요건을, 등산로 입구의 안내문을, 물놀이 안전 수칙을 외면했을 때 전보다 달콤한 자유가 느껴지고 여행이 한결 편해진다. 여행지도 마찬가지다. 마땅히 해야 하는 것들을 외면하고 눈을 감았을 때 예산은 풍족해지고 일은 적어진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사고는 일어난다.

 

섬과 캠핑장을 까맣게 불태우는 화재가, 50년이 지나도 복구되지 않을 만한 산불이,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는 익사 사고가, 그리고 전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참사까지도.

모든 사고는 한순간에 별거 아닌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다는 이유로 지켜지지 않을 때, 그 틈으로 스며들어 사람을 삼키고 자연을 훼손시키며 전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남긴다.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안전에 대한 인식과 비용이 사라질 때, 우리는 전 세계가 주목할 만큼 거대한 재해의 위험에 노출된다.

 

당신이 지금 계획 중인 그 여행, 떠나려는 그 길에 안전을 위한 대비는 이루어지고 있는가.

갖가지 이유로 인해 혹시 놓치고 있지는 않나.

 

어떤 여행이든 당연히 빠뜨릴 것은 없다. 당연히 챙겨야 하는 것들이다./ 자연형 여행작가

자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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