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에 진심인 우리…뜨끈한 겨울을 위한 경기도 여행

2022.12.26 07:51:33 16면

경기관광공사 추천, 한겨울 뜨끈한 국물 여행

 

칼바람이 매서운 겨울, 뜨끈한 국물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뚝배기에 담긴 보글보글 끓는 국물 요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경기관광공사 추천, 경기도 곳곳 추위에 움츠러든 몸을 쫙 피게 해줄 음식을 소개한다.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음식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어 더욱 흥미롭다.

 

 

◊ 맛있는 거 옆에 또 맛있는 거, 얼큰한 감칠맛…의정부 ‘부대찌개’

 

한국전쟁 직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햄과 소시지에 김치와 채소, 고추장을 넣고 끓인 부대찌개.

 

때는 1960년, 한 할머니가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에 미군 부대 사람들이 햄, 소시지, 베이컨을 가져와 요리를 부탁했고, 훗날 김치와 고추장을 더해 오늘날의 부대찌개가 탄생했다.

 

이 원조 집을 따라 부대찌개 집이 골목에 하나둘 들어섰고, 지금과 같은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가 형성됐다.

 

의정부경전철 의정부중앙역 바로 앞, 100m 남짓한 거리에 부대찌개 식당 10여 곳이 모여 있다.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이 넘은 곳들이다. 매년 10월경 의정부 부대찌개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동서양의 재료가 어우러진 부대찌개는 얼큰한 감칠맛이 압권이다. 팔팔 끓을수록 풍미가 우러나오는 국물에 한겨울에도 이마엔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햄, 소시지, 다진 소고기, 묵은 김치, 당면 등 들어가는 재료는 같지만, 재료를 쓰는 방식에 저마다의 비법이 숨어 있어 가게마다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얼마나 오래 숙성된 김치를 쓰는지, 육수를 어떻게 내는지 등에서 결정적인 맛의 차이가 생긴다.

 

부대찌개를 먹기 전 거리 입구의 의정부시 퓨전문화관광 홍보관을 들르면 좋다. 식당별 특징을 상세히 소개해 식당 선택에 도움이 된다.

 

 

◊ 바다 향 듬뿍, 갯벌이 내어준 선물…화성 ‘바지락 칼국수’

 

단순한 조리법으로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지만, 언제나 맛있기는 힘든 음식이 바로 바지락 칼국수이다.

 

바지락 칼국수의 정석이 궁금하다면 화성으로 향하는 것 어떨까.

 

바지락 자체의 품질을 논하자면 화성 제부도와 궁평리가 제일이라고 화성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이곳 바지락은 유난히 알이 굵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데, 썰물 때면 최대 4㎞까지 펼쳐지는 광활한 갯벌과 청정한 바다 덕분이다.

 

바지락은 국물 요리와 궁합이 좋다. 국이나 탕에 넣어 육수를 내면 특유의 시원한 맛이 잘 살아난다. 후룩후룩 넘어가는 면발과 갖은 채소, 싱싱한 생물 바지락이 들어간 바지락 칼국수는 그야말로 바다의 맛이다.

 

제부도로 들어가는 진입로와 해안도로를 따라 칼국수 식당들이 있다. 가게마다 조리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바지락과 해산물을 아낌없이 넣어 푸짐하고도 시원한 바지락 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탁 트인 바다 또는 시선 닿는 곳 너머까지 펼쳐진 갯벌, 여기에 뜨끈한 칼국수 국물이 더해지니 금상첨화다.

 

 

◊ 장터 장사꾼들의 속을 든든히 채워준, 용인 ‘백암순댓국’

 

용인 백암면에는 끝자리가 1과 6인 날에 열리는 오일장이 있다. 120여 년간 이어져 온 백암장은 한때 소가 하루 150마리 넘게 거래될 정도로 규모가 컸다. 팔도를 다니는 장사꾼들에게는 목 좋은 요지였다.

 

이들이 장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순댓국이다. 백암순댓국은 질 좋은 돼지고기가 흔했던 백암 장터에서 아낙들이 순대를 만들고 국물을 부어 팔던 것이 장사꾼들에 의해 입소문이 나며 유명해졌다.

 

당시 백암은 용인의 제일가는 돼지 사육장이었고, 많은 이들이 돼지고기를 사가며 신선도 유지도 쉬웠을 것이다. 현재는 백암우체국 인근, 백암순댓국거리가 그 명성을 잇는다.

 

백암순댓국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순대 껍질에 돼지의 작은창자만을 사용해 식용 비닐을 쓰는 여타 순대와 다르다. 둘째, 순대 소에 채소가 많고 성근 편이다. 이는 소 사이사이로 국물이 충분히 배어들게 해 부드러운 순대를 먹을 수 있게 한다. 셋째, 나오자마자 먹으면 딱 좋을 정도로 뜨끈하게 나온다. 옛 장터에서 그러했듯, 밥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르기를 반복하는 토렴 방식으로 내기 때문이다.

 

갖은 재료가 알차게 들어간 순댓국 한 그릇을 비우면 추운 겨울 움츠러든 어깨가 절로 펴진다.

 

 

◊ 영양만점 고단백 겨울 보양식, 광주 ‘곤지암 소머리국밥’

 

광주 곤지암의 소머리국밥은 한우 사골을 고아낸 육수에 밥을 말고 소머리 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올린 음식이다. 가마솥에 영양 만점 사골과 소머리 고기, 무 등을 넣고 푹 우린 국물은 인스턴트 제품이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을 낸다.

 

곤지암 소머리국밥은 조선 시대부터 유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갈 때 곤지암을 지나던 선비들이 소머리국밥을 먹고 허기를 채웠다는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1980년대 초, 최 모 씨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곤지암읍에 낸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일대가 소머리국밥 거리로 발돋움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곤지암에서 포장마차를 하며 곤궁하게 살아가던 한 여성이 있었다. 그는 평소 병치레가 잦은 남편을 위해 고기의 잡내가 나지 않게끔 소머리를 고아 국물 내는 법을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주변에 선보였다.

 

몇 해가 지나자 허약한 남편이 기운을 차린 것은 물론이고, 그 맛이 입소문이 나면서 작은 포장마차가 어엿한 식당이 되고 인근에도 소머리국밥 식당이 하나둘 생겨났다는 것.

 

오늘날에는 경강선 곤지암역 인근 대로변에 소머리국밥집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정경아 기자 ccbbk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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