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향한 여정 중 거쳐 지나가는 ‘경유지’. 작가들이 정해진 시간 동안, 한시적으로 머물다 떠나는 경유지인 레지던스에서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전시가 열렸다.
파주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대표 이수문)이 지난해 12월 29일 개막한 전시 ‘경유지’는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 8기 입주 작가들의 2년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결과보고전이다.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은 작가들에게 창작자로서 예술의 장에 정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기 위한 공간이다. 이주를 예정하고 있는 불안한 상태가 아닌, 예술가로서 지속적인 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축을 쌓아갈 수 있었던 장소였다.
이곳에 머물렀던 작가들이 더 넓은 세계를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작가들이 들어오면서 창작촌은 창작공간으로 끊임없이 순환한다.
오롯이 홀로 작업에 대한 사유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여럿이 모여 작품에 대한 열띤 토론을 펼칠 수도 있다.
전시는 이 장소를 경험한 작가들의 결과물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경유지의 공간과 시간, 그 교차점을 되짚어본다. 또한 동시에 확장의 기회를 모색하고자 한다.
8명의 참여 작가들은 회화, 영상, 설치 등의 매체를 통해 내부와 외부 그리고 그 경계 속 다양한 담론들을 각기 다른 방법으로 표현한다.
강상우는 원본 이미지의 맥락에서 작가의 시선에 포착된 한 장면을 분리하고 임의의 선택에 의해 병치하며 새로운 이미지로 제시한다.
또 권혜경은 작업 기저에 자신의 삶과 위치, 세상의 구조 안에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축적하고, 김수연은 날씨를 힘의 현상으로 보고, 매개된 사물에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연결한다.
기억 속의 대상을 추상적인 형태로 변형시키는 김지선은 내부와 외부의 간극에서 오는 다층적 정서를 작업에서 풀어낸다.
이명진은 다양한 삶의 국면을 반영하며 각각의 이미지에 각기 다른 회화적 접근을 취하고, 이해강은 경계 바깥에서 배회하는 존재로 대중문화에서 상투적으로 묘사되는 악당(빌런) 캐릭터 등을 통해 내면을 투사한다.
이밖에 형태가 확실하지 않은 얼굴과 폐허의 장소들을 그려내며 부유를 드러내는 최모민,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오가는 홍기원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3월 26일까지.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