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이 된 세상 속 나타난 한 줄기 빛…뮤지컬 ‘푸른 잿빛 밤’

2023.01.05 08:50:55 10면

볼프강 보르헤르트 작품에서 영감
제2차 세계대전 후 희망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 독일 함부르크. 사람들은 전쟁에 빼앗겼던 일상을 되찾기 위해 분주하다.

 

‘라이자’는 전쟁으로 동생 ‘라디’를 잃었지만 그 상처를 묻어둔 채,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소개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라이자와 달리 절망에 빠져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사람도 있다. 전투에서 홀로 살아남아 전우들의 유족들에게 유품을 전달해야 하는 ‘볼프’가 그렇다. 그는 하루하루 술 없이는 살 수가 없게 됐다. 볼프의 세상은 ‘잿빛’으로 물들었다.

 

독일의 ‘윤동주’라 불리는 작가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뮤지컬 ‘푸른 잿빛 밤’은 인생의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다시 일어서 나아가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살던 볼프에게 “그래도 돌아왔잖아요. 적어도 돌아왔잖아요”라는 라이자의 말은 희망의 씨앗이 된다. 볼프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술값이라도 벌겠다며 라이자가 추천한 야간 경비 일을 맡는다.

 

점점 가까워지는 두 사람, 볼프는 조금씩 웃음을 되찾으며 라이자의 밝음으로 그의 잿빛도 조금씩 지워져 간다.

 

환한 라이자와 어두운 볼프의 대비는 조명으로도 연출된다.

 

볼프의 등장마다 푸른빛의 조명이 내려앉는다. 이 차가운 빛은 “나한테 남은 인생은 그런 거야. 온통 썩어 문드러진 그런 거”라는 볼프의 대사에 처연함을 더한다.

 

라이자의 등장에는 곳곳에 가로등이 밝게 빛나고, 따뜻한 봄 햇살 같은 노란 빛의 조명이 무대를 비춘다.

 

전쟁으로 누군가를 잃은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겨내는 두 사람. 깜빡이면서도, 흔들리면서도 밝게 빛나던 라이자의 집 앞 가로등처럼 희망을 찾아간다.

 

볼프 역에 최호승, 손유동, 유현석, 라이자 역에는 정우연과 길하은, 김이후가 맡았다. 라디 역에는 이진우와 류찬열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오는 29일까지.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정경아 기자 kyunga1013@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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