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사람이란 자기 인생의 사명을 알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학자란 책을 읽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교양인이란 그 시대에 가장 널리 보급되어 있는 지식과 풍속, 관습을 완전히 터득한 사람을 말한다. 현자란 인생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오늘날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필요 없는 지식을 산처럼 가득 채워 넣고 자신을 학자나 교양인, 현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인생의 의의도 모르면서 오히려 그 모르는 것을 자랑하는, 깊은 미망의 구렁 속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학 분자식도 모르고 라듐의 시차와 그 성질도 모르는 무지한 문맹자 가운데, 인생의 의의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지혜로운 사람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지혜를 자랑하지도 내세우지도 않으며, 다만 끝없는 자만에 의해 더욱 미망의 구렁에 빠져드는 사이비 지성인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유일한 학문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학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사람의 손에 닿는 학문이다.
생명의 원리는 스스로 함이므로 이론으로 하면 진리는 곧 나 자신에 있는 것이며, 따라서 생각만 하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것이요, 그것을 실현하는 힘도 내게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연약한 것이라, 깨닫기도 쉬운 것이 아니요, 실행 연습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스승이 절대로 필요하다.
스승의 하는 일은 세 가지다. 첫째는 가르침이요, 둘째는 본을 보여줌이요, 셋째는 감화를 줌이다. 그중에서 이 마지막 조건이 더욱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 혼 속에 잠자고 있는 정신적 생명이 잠에서 깨어나 모든 바깥 것의 방해를 물리치고 정말 영원히 스스로 하는 올라감이 되려면, 지식이 나 본보기만 아니라 산 혼의 방사능에 의하여 불붙임을 받아야만 되기 때문이다. (함석헌)
주요 출처: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