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의 제비가 봄을 부르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한 마리의 제비로는 봄을 부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미 봄을 느끼고 있는 첫 번째 제비가 날지 않고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만약 그처럼 온갖 꽃봉오리와 풀이 그저 기다리고만 있을 뿐이라면 봄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하느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자기가 첫 번째 제비든지 아니면 천 번째 제비인지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늘과 땅은 영원하다. 그것이 영원한 것은 하늘과 땅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성인도 자기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영원해진다. 그는 영원해짐으로써 비할 데 없이 강력해지고 자기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성취한다.
개인의 생활이든, 사회 전반의 생활이든, 법칙은 오직 하나, 생활을 개선하고 싶으면 그것을 버릴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유냐 예속이냐 하는 인류 미래의 운명이 걸려 있는 오늘날, 이같이 중대한 시점에 우리는 먼저 하느님의 병사로서 사명을 다하기 위해, 또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가난한 생활을 한 하느님 나라 군대 지휘관의 본보기를 따라야 한다. 죽은 사람이란, 변천하는 것에 대한 번민에 빠지고 물욕의 포로가 되어, 자기 속에 해방을 구하는 영혼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요, 산다는 것은 곧 싸우는 것이요, 결국은 죽는 것이며, 오직 그것을 통해서만 위대한 자유가 성취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을 말한다. (라므네)
인간의 완성은 그가 자아로부터 얼마나 해방되었는가 하는 정도에 의하여 가늠할 수 있다. 우리가 자아에서 해방되면 해방될수록 인간으로서의 완성도도 커진다.
희생을 치르지 않고 삶을 개선하려는 것은 헛된 일이다.
“쓸데없는 종입니다” 할 자격은 사실은 죽도록 일한 자가 아니고는 못 가지는 것이요, 정말 제 할 일을 다하는 참된 종이면 반드시 “저는 쓸데없는 종입니다” 할 것이다. 교회를 스스로 부정하여 “이것은 진리를 어둡히는 존재다”하면 거기 진리가 깃들어 있을 수 있으나 “꼭 우리 교회에 들어와야만 한다. 이 밖의 것은 다 거짓이다” 하면 그 교회야말로 참은 하나도 없는 거짓이다. 인생의 일이 어느 것이든 버리기 위해 하지 않은 것 있느나? 모든 함[爲]은 다 헛것이요, 내 한 것을 능히 스스로 버리는 일만이 참으로 내 한 것이다. “나는 죄인입니다”라고 말 할 자격은 마음을 다하고 생명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는 자만이 가졌고 저를 죄인으로 철저히 알며 그것이 곧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하느님을 섬김이다. (함석헌)
주요 출처: 똘스또이 <인생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