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 선거제 개혁 매듭 풀길

2023.02.08 06:00:00 13면

당리당략 벗어나 국가백년대계 헤아리는 용단 기대

김진표 국회의장의 강력한 선거제도 혁신 의지가 정가 최대의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김 의장은 최근 국회 사랑재에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 참여 여야 의원 30명을 초청해 만찬 간담회를 열고 개혁 의지를 재다짐했다. 지난 2일 기준, 여야 의원 138명이 동참하고 있는 이 모임이 당리당략을 벗어나 국가백년대계를 헤아리는 용단으로 선거제도 개혁의 숙원을 풀어내길 기대해 마지않는다. 소중한 기회를 최대한 살려 국민 여망을 받들어야 할 것이다. 


김 의장은 이날 만찬 간담회에서 ‘2월 중 정개특위의 복수 안 제시, 3월 중 의원 300명 전원위원회 집중 토의, 200명 이상의 동의로 선거제 개혁안 마련’이라는 자신의 제도 개혁 로드맵을 거듭 확인하고 “여야가 합심해 합리적인 선거제도를 만들어낸다면 사표 비율을 줄이고 대표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이 논의할 최우선 과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선거제 개편이다. 정치학자들은 물론이고 여야 정치인 가운데 극심한 대결 정치의 근원이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라는 데 공감하지 않는 이는 없다. 소선거구제는 거대 양당의 극심한 대결 양상을 낳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정치다운 정치가 실종된 현 정치 상황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당 지지율과 당선자 비율 간에 발생하는 큰 괴리, 지역주의 고착화, 사표(死票) 대량 발생 등의 한계도 지적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 의장, 여야 지도부가 모두 선거제 개편 필요성을 거론한 것은 현행 제도로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좀처럼 개혁의 동력을 얻지 못하는 것은 이 과제의 해결 과정이 철저하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특성 때문이다. 


물론 부정적인 전망도 만만치 않다.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달라서 내년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선거구제를 바꾸는 법 개정은 불가능하리라고 보는 견해들이 있다. 그러나 지금 수술의 기회를 놓치면 한국 정치의 중환은 도무지 치유할 길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모든 수술에는 통증이 수반된다. 통증이 무서워서 수술을 포기하는 선택이야말로 최악의 어리석음 아닌가.


선거제 개편 방향은 김 의장이 강조한 대로 ‘갈등을 줄이고 표의 비례성을 높이는’ 쪽이 돼야 할 것이다. 양당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참여 의원들은 개인과 소속 정당의 유불리가 아닌 우리 정치의 토양을 바꾼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중대선거구제 이외에도 권역별 비례대표제, 지역구 다득표 탈락자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석패율제 등 보완책 선택지는 다양하다. 최대한 합리적인 제도를 합의·결단해야 할 것이다.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에 참여한 의원들은 어쩌면 이 나라 민주정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다시 소탐대실의 졸장부 셈법으로 당리당략의 노예가 되어서 하는 척만 하다가 끝내 주저앉아 버린다면 자칫 ‘역사의 죄인’ 오명을 얻게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근시안적 당파의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나라의 큰 초석을 놓는 용기를 보여주길 신신당부한다. 신실한 의로움만이 나라를 지키고, 참역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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