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금의 도시기행」 함흥-흥남을 만든 화학기술자 노구치와 리승기

2023.02.10 06:00:00 13면

 

 

식물성장에 필수 영양소인 질소의 발견은 화학에 위대한 성과이다. 공기속 질소를 얻으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전기는 물로 만들어진다. 물의 길을 따라 생겨난 것이 화학공업도시 흥남이다. 흥남을 만든 노구치 시타가우(野口遵)는 1873년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태어나 도쿄제국대학 전기공학을 전공한 화학기술자이다. 암모니아합성기술 특허권을 구매하여 노베오카(1923년), 미나마타(1909년)에 암모니아합성공장을 세웠다. 비료수요가 높아지자 자원이 풍부한 조선에 눈길을 돌리었다.

 

화학공업도시로 천혜의 자연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함흥-흥남은 해발 2,000m가 넘는 산맥에서 내려오는 풍부한 강수량과 석탄과 석회석이 풍부하고, 저렴한 토지와 노동력, 대륙과 해양을 잇는 교통이 편리하다. 이러한 이유로 노구치는 1927년 함흥에서 12km 떨어진 흥남에 질소비료공장을 세웠다. 이를 시작으로 물의 길은 부전강에서 장진강, 허천강에서 압록강까지 뻗어나갔다. 그리고 흥남은 빠르게 확장되었다. 흥남은 화학공장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거대한 화학공업도시가 되었다. 노구치는 흥남의 초대읍장으로 흥남에 모든 것을 관할하는 기업도시가 되었다.

 

 

리승기는 1905년 전라남도 담양에서 태어나 서울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교토제국대학에서 공학부 공업화학을 공부했다. 화학연구소 조교수로 근무하면서 1939년 나일론과 아크릴 섬유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 합성섬유이자 최초에 비날론을 발명했다. 북한은 해방직후 기술자들이 부족했기 때문에 남쪽에 학자들을 데려오려는 공작이 있었다. 리승기박사는 1950년 7월 31일 자신의 인맥과 함께 월북을 선택했다.

 

리승기박사가 발명한 합섬섬유 비날론은 중간시험을 거쳐 함흥과 흥남의 중간지점에 당시 최대규모인 2.8비날론공장으로 건설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노구치의 무기화학중심에서 리승기의 유기화학으로 진화되었다. 1961년 세워진 2.8비날론공장은 짧은 기간에 최대규모로 건설되어 북한의 자부심을 높여주었다. 최초라는 의미로 ‘주체비날론’으로 호명되었다.

 

 

노구치가 만든 흥남은 공기를 전기분해하여 질소비료를 생산하는 무기화학중심이었다면, 리승기에 비날론은 석회석과 무연탄을 원료로 하는 카바이드 공법이었다. 이들의 화학기술이 지금에 함흥-흥남을 만들었다. 이러한 화학기술이 현재는 탄소하나화학공업(C1 Chemistry)으로 진화하고 있다. 함흥시 회상구역 정성동에 위치한 연구소에서는 유기화학, 무기화학, 분석화학, 석유화학, 메탄올 등을 연구하고 있다.

 

물의 길을 따라 만들어진 함흥-흥남은 북한의 제2도시이면서 근대와 현대, 성장과 쇠퇴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평양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 도시이다. 노구치는 흥남에 최초의 기업도시를 만들었고, 리승기에 비날론 발명으로 함흥은 사회주의적 화학공업도시로 기획되고 진화되어 왔다.

위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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